레이건·대처 따라가는 시진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침체된 중국 경제의 해법으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식 개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중국판 레이거노믹스’와 ‘중국판 대처리즘’을 통해 투자 과잉에 시달리는 공공부문 개혁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둔화하는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의식해 카를 마르크스나 마오쩌둥(毛澤東)보다는 레이건이나 대처와 비슷한 처방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과 대처 전 총리는 1980년대 공기업 민영화와 규제 완화, 대규모 감세 등을 통한 과감한 공공부문 개혁으로 미국과 영국의 재도약을 이끌었다. 중국 재정부의 자강 연구원은 “혁신과 도전을 대담하게 받아들인 레이건과 대처의 정신은 중국인들도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지난해 말부터 주창한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 방안은 중국의 향후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함께 이달 중순까지 열리는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회의)의 최대 관심사다. 중국 정부는 석탄과 철강, 시멘트 등 중국 국영기업이 장악한 제조업 부문에서 생산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부은 5680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이 이들 분야에 집중된 탓이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4대 생산국인 일본, 인도, 미국, 러시아 생산량을 합친 것의 2배가 넘는다. 중국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생산한 시멘트는 66억t으로 미국이 20세기에 소비한 45억t보다 많다.

중국의 공급 측면 개혁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중국 지도부가 국가 통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국유기업 종사자의 대량 실직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U상공회의소는 중국의 공공부문 구조개혁이 진행되면 향후 2년간 30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