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독자제재 나선 한·미·일] 오준 "미국·중국 북한 제재안, 50 아닌 80선에서 절충"
오준 주UN 한국대사(사진)는 2일(현지시간) “중국의 주장을 0, 미국의 입장을 100이라고 할 때 대북제재안은 가운데인 50이 아니라 80선에서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사는 이날 UN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에서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결의안의 강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중국과 미국의 의견이 다르면 중간 지점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양보로 한국이 볼 때도 강력한 제재안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오 대사는 이와 관련,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중국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미 정상과의 통화, 우다웨이 중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의 북한 방문 등 외교적 해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대북 강경 방침을 굳힌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기지에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 대사는 “이번엔 과거와 달리 결의안을 위반한 무역 및 자금 거래를 적발했을 때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며 효과적인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결의안이 북한과의 일반 무역거래까지 금지하고 석탄 등 일부 품목만 예외적으로 허용한 만큼 제재안의 허점을 활용해 북한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오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한국어로 “이제 그만하세요”라고 말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과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오 대사는 이날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한 뒤 발언권을 요청해 영어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던 중 “북한 지도자에게 ‘이제 그만 깨어나 세계를 둘러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제 그만하세요”라고 한국어로 말해 메시지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북한이 지금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돌아오기 어려운 지점을 지날 것”이라며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은 북한이 비핵화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UN본부=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