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슈퍼화요일] '여유만만' 힐러리
‘슈퍼 화요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칼날’이 도널드 트럼프를 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453명을 추가, 대의원 1001명을 확보하며 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2383명)에 바짝 다가섰다. 대의원 수에서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확보한 371명의 2.7배다. 미국 언론은 클린턴 전 장관이 남은 일정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본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일(현지시간) 경선 승리를 확인한 뒤 지지자모임 연설에서 “미국은 한쪽만 바라보는 사람의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공화당 경선 1위 주자인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불법 체류자 강제 추방, 시리아 난민 수용 거부 등의 반(反)이민 공약을 내놓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한쪽만 보고, 한쪽만 숭배하고, 한쪽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의 나라가 아니다”며 “미국을 온전하게 만들고, 신뢰와 존중의 창고를 채우자”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 슈퍼화요일] '여유만만' 힐러리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 캠프가 트럼프와의 본선에 대비해 선거 전략을 세 가지 포인트로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이민자와 소수계, 여성,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불신 발언을 자신의 화합과 배려를 키워드로 한 정책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는 전략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도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과 관련,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 “전 KKK 지도자가 자신(트럼프)을 지지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그런 것은 질문을 받는 순간 바로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군 통수권자로서 부적절한 트럼프의 언행을 집중 부각시키고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탈세 등 각종 의혹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전략이다.

클린턴 캠프는 이 같은 네거티브전에 앞서 본격적인 선거자금 모금에 나섰다. 최대 외곽지원단체인 프라이어리티USA액션은 오는 11월 선거 전까지 2억달러를 추가 모금한다는 계획이다. 이 단체는 현재 4500만달러를 모았다.

샌더스 의원 측은 슈퍼 화요일엔 졌지만 앞으로 치러질 경선에서 역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아직 경선이 25%밖에 치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미시간과 뉴욕, 캘리포니아 등 주요 경선지에서 승리한다면 판세를 뒤집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