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보진영을 흔들어놓은 '샌더스 돌풍'이 미풍으로 잦아드는 모습이다.

미국 12개 주에서 치러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가 확실히 승리한 주는 버몬트와 오클라호마에 불과하다.

콜로라도를 놓고는 힐러리 클린턴과 샌더스가 경합 중이다.

물론 득표비례제에 따라 이번 전체 경선에 걸린 대의원 1015명 가운데 30%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대참패'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점화시킨 '아웃사이더 열풍'의 기세는 이번 슈퍼 화요일을 거치며 꺾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샌더스가 이처럼 참패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표의 확장력' 자체에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전국적 지명도가 높지 않고 민주당 내의 기반 자체가 넓지 않은 상태에서 '바람'에만 의존하는 선거운동 방식으로는 민주당 '주류 중의 주류'인 힐러리 클린턴을 꺾는 게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주류 정치에 대한 개혁과 '분노의 정치'에 호소한 것이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어모을 수는 있었지만, 대선 주자로서의 지지를 광범위하게 끌어모으기는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 유권자층이나 백인 진보층 사이에서는 샌더스가 인기를 누릴 수 있지만, '당심'(黨心)을 이끄는 노장년층이나 소수인종 유권자들의 지지를 폭넓게 끌어내기는 힘들다는 얘기인 셈이다.

실제로 샌더스가 이번에 승리한 곳은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와 남부에서 가장 백인의 비중이 큰 오클라호마이다.

그러나 샌더스는 당 핵심 지지기반의 하나인 흑인유권자들로부터는 완전히 '외면'당했다.

흑인 사회의 영향력이 큰 앨라배마와 텍사스와 조지아, 버지니아에서는 압도적 격차로 클린턴에게 패배했다.

지난달 20일 네바다 코커스에서 샌더스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히스패닉 표심도 기대만큼 '원군'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샌더스가 앞으로 있을 경선과정에서 극적인 반전의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만들어낸 상승세를 어떤 식으로든 살려 나가려던 샌더스로서는 이번 참패로 인해 '모멘텀'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승부처인 오는 15일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서도 전국적 지명도에 강력한 조직력, 그리고 대세론에 올라탄 클린턴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샌더스가 이번에 참패하기는 했지만, 중도하차 하지 않고 경선 레이스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워싱턴 주류 정치 개혁을 평생의 소명으로 삼는 샌더스로서는 계속 경선을 이어가면서 '정치혁명'을 주창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소액모금 운동을 통해 경선을 계속 해나갈 '실탄'을 충분히 확보해놓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아웃사이더 돌풍'을 촉발했던 기득권 정치에 대한 개혁요구는 계속 살아남아 있는 점도 샌더스가 경선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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