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트럼프 탈세 의혹…"사실이면 다른 후보 찍을 것"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의 ‘최대 승부일’로 꼽히는 슈퍼화요일(3월1일, 현지시간)을 이틀 앞둔 28일, 미국 버지니아주 패트릭헨리대에서는 공화당 경선에 나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유세가 있었다. 선두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루비오 의원의 목소리엔 날이 서 있었다. 그는 2000여명의 지지자를 향해 “트럼프는 완전히 사기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의 △탈세 의혹 △건설현장에서의 불법 체류자 채용 의혹 △트럼프대학 사기의혹 등을 집중 거론했다. 특히 “트럼프가 떳떳하다면 왜 납세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느냐”며 “나를 백악관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유세장에서 만난 릭 피셔 씨(38)는 “트럼프가 과격하긴 하지만 일자리 등 경제문제를 해결할 후보라며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며 “그러나 이들도 트럼프가 탈세했다면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화당 경선후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 “트럼프가 갱단이나 마피아와 거래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다”며 “납세신고서에는 보도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거래내역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마피아 연관설’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탈세는 한국에서의 ‘병역비리’처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수많은 공직자가 탈세 의혹에 발목 잡혀 낙마했다. 2009년엔 백악관 고위직 지명자가 14년 전 298달러의 세금미납 사실이 드러나 물러나기도 했다.

평소 화끈한 발언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럼프가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유독 조용하다. “국세청의 정기 감사를 받는 중이어서 자료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