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아
기본과 균형 지키는 것 최대 덕목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3월 위기설'과 '3월 반등설'…한국 증시 앞날은

한국 증시의 앞날이 혼탁하다. 특히 오는 3월에는 ‘위기설’과 ‘반등설’이 공존하고 있어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는 더 혼란스럽다.

두 가지 전망 모두 한국 증시 여건이 어렵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위기설은 지금도 어려운 상황인데 다음달에 악재가 더 터져나오면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반등설은 주가가 어느 정도 떨어진 상황에서 약간의 호재만 받쳐준다면 이제는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증시가 두 가지 설이 제기될 정도로 어렵느냐 하는 점이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불과 2% 정도 떨어졌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4.5%), 유로스톡스지수(-10.3%), 상하이지수(-21.8%), 닛케이225지수(-15.2%)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북한 핵실험 등을 감안하면 선방한 편이다. 한국 증시 인식부터 잘못됐다.

두 가지 설의 근거로 가장 먼저 꼽고 있는 것이 국제 유가다. 올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와 유가 간 상관계수가 0.9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증시가 유가 향방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설은 3월부터 원유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유가와 주가가 동시에 떨어지고, 반등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하면 유가와 주가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계절적 원유 수요 감소, OPEC 감산기대 여부와 관계없이 두 설은 ‘비이성적 시장행태’를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이성적 시장행태’라면 유가와 주가는 ‘부(負)의 상관관계’여야 한다. 하지만 올 들어 유가와 주가 간 ‘정(正)의 상관관계’로 변한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계수가 0.9에 달하는 것은 더 이해되지 않는다.

두 설의 두 번째 근거는 세계 경기가 더 침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위기설이 특별히 제기될 만큼 세계 경기가 더 침체하고 있다고 확인해줄 만한 경제지표가 3월에는 예정돼 있지 않다. 작년 4분기 성장률 발표는 2월로 마무리됐다. 3월에 발표될 단기지표도 선행, 동행, 후행지표 간 일관성이 떨어진 여건에서는 경기판단 근거로 유용성이 떨어진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세계 경기가 더 침체하면 추가 금융완화책을 자극해 글로벌 증시가 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반등설이다. 특히 3월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융완화 조치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제2 유동성 장세’가 올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3월 위기설'과 '3월 반등설'…한국 증시 앞날은

발권력과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예치제 같은 극약처방을 다 동원한 ECB와 BOJ 입장에서 더 내놓을 수 있는 금융완화 조치는 기껏해야 마이너스 금리폭을 확대하는 것밖에 없다. 마이너스 금리예치제는 은행이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해 쉽게 영업하지 말고 대출을 꾀하라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

경험국의 사례를 보면 이 제도는 민간예금의 마이너스 금리로 귀착된다. 민간이 예금할 때 수수료를 낸다면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기보다 소비함으로써 경기가 살아날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상황이 발생한다. 오히려 이 제도 도입 이전에 예금했던 자금을 인출해 시장에서 퇴장시키면서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은 더 떨어진다.

두 설의 세 번째 근거는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위기설은 3월 미국 중앙은행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반면 반등설은 낮다고 보고 있다. 두 설은 유동성 면에서만 증시를 보는 시각이다. 경기 면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회복’, 낮아진 것은 ‘둔화’를 의미해 유동성 요인과 정반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위기설, 반등설과 관련해 유명한 격언이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비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낙관론이 태어난다”며 “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설은 믿을 수 없다는 의미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 특히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변동성 확대로 나타난다.

OO설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쓸데없는 정보에 휩싸이는 ‘인포데믹’을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 세계 증시는 골디락스와 같은 좋아지는 때는 없다고 봐야 한다. ‘위기 상시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기본과 균형을 지키는 일만이 최대 덕목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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