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득표로 샌더스 압도, 흑인들 84% '몰표'…민권운동·총기규제 입법 영향
샌더스 투표도중 사우스캐롤라이나 떠나 "정치혁명 멈추지 않는다"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의 4차 무대인 27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클린턴 전 장관은 서부 주에서 남부 주로 이어진 2연승의 여세를 몰아 13개 지역에서 벌어지는 최대 승부처인 3월1일 '슈퍼 화요일'에서 경선 레이스를 사실상 끝낸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61%의 개표가 이뤄진 이날 오후 8시30분 현재 클린턴 전 장관의 득표율은 74.4%, 샌더스 의원은 25.0%로 나타났다.

유권자 10명 가운데 7.5명가량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 표를 던진 압도적 격차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특히 흑인 유권자의 84%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백인 우월주의자의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지역으로, 민주당 유권자의 60%가량은 흑인이다.

이곳 민심은 젊은 시절 흑인민권운동에 헌신하고 총기규제에 적극적이며 '오바마 케어'를 계승하려는 클린턴 전 장관에 일찍부터 우호적이었다.

반면, 백인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며 총기규제에 반대한 샌더스 의원에게는 냉담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걸린 대의원 수는 총 59명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적어도 40석 이상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클린턴 전 장관이 지금까지 적어도 536명(슈퍼대의원)의 대의원을 확보한 반면 샌더스 의원은 83명에 그쳤다고 전했다.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위한 대의원 '매직 넘버'는 2천383명이다.

승리가 확정되자 클린턴 전 장관은 트위터에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우리 캠프의 핵심인 자원봉사자들, 지지자들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올린데 이어 승리 연설을 통해 "미국은 결코 위대함을 멈춘 적이 없다"며 "내일부터 선거운동은 전국을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산층 임금 인상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우리가 힘을 합치면 못 넘을 장벽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샌더스 의원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독주하자 사실상 이곳 승부를 접고 그간 '슈퍼 화요일' 유세에 주력해왔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떠나면서 성명을 내 "선거는 이제 시작"이라며 "우리의 풀뿌리 정치혁명은 경선을 거듭하며 성장할 것이며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샌더스 의원은 3월1일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와 매사추세츠 등 진보 성향이 강한 뉴잉글랜드 지역, 콜로라도와 미네소타, 오클라호마 등 5개 주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버몬트 주를 제외하고는 어느 곳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형편이어서 '슈퍼 화요일' 승부 이후를 이어갈 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