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UN의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이 도출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대북제재 수위를 놓고 미국과 대립해오던 중국이 상당 부분 양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중국은 그러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전에 제재 실행과 관련해 여지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중국과 북한이 일상적 관계를 맺어온 이웃이지만 결의안이 채택되면 (양국 관계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우리가 국제사회에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를 명분으로 일상적인 교역, 특히 북한 주민들의 생계까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북한 경제 붕괴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결의안 초안에 북한 경제 전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원유 공급 전면 중단 조치가 제외된 것도 중국의 이 같은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왕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대북제재뿐만 아니라 평화협정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 ‘선(先)비핵화, 후(後)평화협정’을 고수하고 있는 한·미 양국과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 정부의 흔들림 없는 목표”라면서도 “비핵화는 10년의 협상 끝에 종합적인 합의를 끌어낸 이란의 경우처럼 협상을 통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 병행을 주장한 것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처럼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어법으로 평화협정 논의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워싱턴 한복판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 자체가 의도적 공론화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