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일본의 샤프를 인수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홍하이는 물론, 대만경제에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홍하이가 이번 인수로 얻을 게 많지 않고, 메리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 "별로 얻을게 없다"

25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홍하이가 제시한 샤프 인수 가격은 조금 높다는 평가가 강하다.

액정패널사업 등 샤프의 주요 기술은 세계적 추세에 조금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핵심 기술은 이미 상당부분 외부로 유출돼 있어 홍하이가 샤프를 인수한 실질적인 메리트는 적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홍하이가 샤프 인수를 통해 첨단기술을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들이 많다.

샤프는 2014년부터 본격적인 경영난에 빠지면서 액정사업 등에 대형투자를 못했다.

당연히 세계 기술수준에 많이 뒤처졌다.

이 회사는 중국 액정패널 업체에도 추격받는 처지다.

니혼게이자이는 홍하이가 샤프를 인수해도 독자적인 첨단기술을 입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홍하이는 인수작업이 끝나면 스마트폰이나 TV에 사용할 유기EL(전기발광)패널의 양산을 위한 투자를 단행할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160조원대 매출 규모를 갖고 있는 홍하이가 샤프를 인수한 뒤 추가적인 투자를 해도 당장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스마트폰 사업도 정점을 지났기 때문에 경영압박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 홍하이, 그래도 인수한 이유는

그런데도 궈타이밍(郭臺銘) 홍하이 회장은 샤프를 인수했다.

그의 노림수는 여러가지일 수 있다.

우선 '샤프'라는 브랜드 가치다.

홍하이는 지금까지 아이폰 등 다른 전자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에 따라 샤프라는 세계적인 '자체 브랜드'를 확보해 한국의 삼성이나 LG 등과의 경쟁하는 구도의 형성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샤프가 액정패널 사업을 확장하다 위기를 맞았지만 현재 이 분야에서 다소의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중소형 액정 패널 업계의 최첨단에서는 큰 변화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은 액정패널에서 아몰레드(AMOLED)로의 이행이다.

현재 아몰레드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으로 다른 업체를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의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업체는 역시 한국의 LG디스플레이다.

샤프는 설비투자는 물론 기술개발 투자도 제대로 하지 못해 완전히 뒤쳐져 있다.

다만 샤프는 'LTPS(저온폴리실리콘)이라고 하는 구동소자구조를 가지는 패널의 양산 실적에 있어서 대만이나 중국 메이커를 큰 차이로 앞서가고 있다.

아몰레드에서도 LTPS는 사용할 수 있다.

◇ LTPO아몰레드, 홍하이 구세주 될까

새로운 기술 트렌드가 대두하고 있는데, 이는 홍하이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몰레드 내의 LTPS에 '산화물반도체'라고 불리는 재료를 이용한 'LTPO(Low 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인데, 애플은 이 기술의 특허를 갖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는 작년 12월에 "애플이 대만에서 신형 디스플레이를 개발중"이라고 보도했다.

그것이 LTPO아몰레드다.

애플이 LTPO 아몰레드 상품화에 성공하면 홍하이는 애플의 패널 공급망에 끼어들 기회가 생긴다.

홍하이 산하 이노룩스는 지금까지는 LGD와 재팬디스플레이(JDI)에 막혀 애플에 적은 규모의 납품 실적밖에 올릴 수 없었다.

아이폰 등 완제품의 조립으로 고성장을 이뤄 온 홍하이에 있어서 디스플레이패널이라고 하는 스마트폰, 태블릿의 기간부품을 애플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런데 홍하이가 직접 취급하는 LTPS액정패널사업은 샤프보다는 늦은 상태다.

그래서 샤프 인수는 홍하이에게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홍하이는 대만의 가오슝시에 거액의 비용을 투입해 LTPS액정패널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출하는 시작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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