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하청에서 브랜드 기업으로 '날개'

아이폰 조립생산업체로만 알려졌던 대만의 전자업체 폭스콘이 일본 가전사 샤프를 인수하고 브랜드 기업으로서 날개를 달았다.

1974년 대만에서 플라스틱부품 제조사로 시작한 폭스콘은 현재 컴퓨터, 통신, 가전 3C 분야의 세계 최대의 위탁제조 서비스기업으로 성장속도가 가장 빠르고 평가가치가 가장 높은 회사로 꼽힌다.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물러난 지 1년만인 1950년 태어난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이 24세 청년 시절에 10만 대만달러로 10명의 직원과 함께 흑백TV용 플라스틱부품 제조업체인 훙하이(鴻海)를 세운 것이 폭스콘의 시작이었다.

현재 훙하이정밀그룹 산하에 폭스콘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형태다.

1980년대 초 PC조립회사로 영역을 넓힌 훙하이는 1988년 중국에 폭스콘 생산법인을 세운 이후 1997년부터 애플에 컴퓨터 부품을 납품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현재 전세계에 120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며 애플, 소니, 블랙베리, 휴렛패커드(HP), 델,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 굴지의 IT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연 140조원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IT 회사다.

아울러 지난 7년 동안 연속해서 중화권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한 단일 기업으로 전체 수출액의 5%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66세의 궈 회장은 52억 달러(6조2천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대만 최대 부호다.

자신은 월급을 1대만달러(36원)만 받고 임원 성과급은 자신의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폭스콘은 궈 회장이 제창한 '전자부품모듈이동서비스'(eCMMS)라는 경영모델을 통해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데 주력,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중국의 싼 인건비에만 의존해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급증하는 아이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폭스콘 중국 공장의 노동착취와 근로자들의 연쇄자살 문제가 불거지는 등 수많은 구설에 올랐다.

당시 중국 공장의 열악한 환경으로 2010년에만 10명 이상의 근로자가 자살했다.

최근에는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애플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용 부품 생산에 공을 들인 것이 적중했다.

샤오미, 화웨이의 급성장에 따라 폭스콘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이번 샤프 인수의 성공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만 의존하던 하청업체 이미지를 벗어나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샤프의 브랜드 가치와 핵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폭스콘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될 전망이다.

이번 샤프 인수전에서 보듯 폭스콘은 현재 LCD패널, TV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궈 회장은 과거 삼성에 LCD 등을 납품하기도 했으나 거래 관계를 청산한 뒤 공개석상에서 삼성을 비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궈 회장은 2010년 훙하이 계열사인 치메이(奇美)가 삼성전자로부터 가격담합 혐의를 고발당해 유럽연합(EU)로부터 3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뒤 "경쟁자의 등뒤에 칼을 꽂는 소인배"라고 비난하며 삼성 타도가 자신의 평생 목표라고 밝힌 적 있다.

그는 "일본 기업과 손잡고 3∼5년 안에 삼성전자를 꺾겠다", "아이폰에 비하면 갤럭시는 부끄러운 제품" 등의 말을 하는 등 반(反) 삼성전자의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