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덴마크 대학 유전체·법의학 전문가 참여

국제 전문가들이 타살 의혹이 나오는 칠레의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의 사인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와 덴마크의 유전체 전문가와 법의학자들은 노벨문학상 수상(1971년) 시인인 네루다의 유해를 살펴볼 예정이다.

네루다의 유해 가운데 뼈와 치아에 대한 분석 작업이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고대 DNA센터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법의학부에서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네루다의 사망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는 병원성 박테리아 확인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칠레의 대표적 좌파 인사로 꼽히는 네루다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주도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1973년 사망했다.

친구인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1970∼1973년 집권)이 군부 쿠데타로 축출돼 자살하자 네루다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아옌데 전 대통령의 자살과 군부의 압박 등으로 네루다는 망명하고자 했지만 출국 하루 전에 돌연 사망했다.

당시 69세였던 네루다가 전립선암으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는 점으로 미뤄 일단 공식적으로는 자연사로 정리됐지만 독살설은 끊임없이 나돌았다.

암살 의혹이 끊이지 않자 칠레 정부는 네루다 사망 40년이 지난 2013년 수도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120km 떨어진 이슬라 네그라 지역에 있는 묘에서 네루다의 시신을 발굴해 조사에 착수했다.

사망 원인을 조사한 국제 법의학 전문가들은 네루다가 독살된 것이 아니라 전립선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네루다 유족 등은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며 추가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신 발굴 조사에도 타살 의혹은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고 지난해 11월 칠레 내부무는 "정부가 네루다 사망이 제3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는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의 보도를 인정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다만 칠레 정부가 작성한 문건에는 네루다 죽음을 둘러싼 전문가 집단의 조사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