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산재, 단 1초도 방심하면 안돼…예방 대응체계 구축에 역량 집중"
“공단의 모든 역량을 총 결집해 안전 문화 바이러스를 전국 사업장에 전파하겠습니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9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선진국 수준인 0.3(베이시스 포인트)까지 줄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는 사고사망만인율 0.5 달성이 목표다. 사고사망만인율은 근로자 1만명당 사고로 인해 몇 명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안전지표로 현재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 이사장은 2014년 10월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산재 예방을 입이 닳도록 강조해왔다.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고 안전보건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본인만의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고 지켜왔다.

이 같은 철학은 지난해 5월 개최한 ‘국제산업보건대회(ICOH)’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산업보건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에서 그는 세계 산업안전보건인들에게 공단의 주요 산업보건 추진정책을 설명하고 연대 강화를 통한 공조 체제를 확립했다.

이 이사장의 산재예방 철학은 취임 1년4개월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사업주 사이에서도 혀를 내두를 만큼 안전문화에 대해서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산재, 단 1초도 방심하면 안돼…예방 대응체계 구축에 역량 집중"
그의 이런 노력에도 공단 안전사고는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이사장은 “아직도 산업현장에는 산업재해를 ‘운이 없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거나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손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며 “안전 문화의식이 생활화되지 않고서는 안전사고는 항상 잠재해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단이 ‘작업 전 안전점검, 당신의 생명을 지킵니다’는 슬로건을 만들어 전국 산업현장에 배포하고 설비나 작업, 계절, 직종별로 적용할 수 있도록 모두 46종의 안전점검표를 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 이사장은 올해 산재예방사업 방향을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대응체계 구축 △산재 취약계층에 대한 사고사망재해 예방 △사업장의 자율안전보건체계 구축 △건강증진사업과 작업환경 개선사업 확대 △범국민 안전의식 확산을 위한 교육과 안전문화사업 추진 등 여섯 가지로 압축했다.

올해 건강증진사업 확대를 위해 건설업 본사 100곳을 대상으로 보건관리 컨설팅을 추진하고 감정노동자 보호 법제화에 대비해 건강보호 매뉴얼 제작에도 나서기로 했다,

그는 또 산업재해 대부분이 근로자수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시설과 작업환경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클린사업장 조성지원사업’과 ‘산재보험료율 할인’ 등의 지원사업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소규모 사업주가 현장의 위험요소를 발굴해 개선하는 ‘위험성 평가’ 인정을 받으면 3년 동안 산재보험료율을 20% 할인해주고, 사업주 교육을 이수하면 1년간 10%를 할인해준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울산에서만 449건의 화재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울산을 비롯해 전국 공단의 화학사고 발생 위험이 큰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정안전보고서 심사와 확인은 물론 설비 이상 징후에 대한 실시간 안전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2014년부터 공정안전보고서(PSM) 적용대상 위험물질을 21종에서 51종으로 늘리고 제출대상 사업장도 2015년부터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했다. 이 이사장은 “안전사고는 설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며 “설비 못지않게 안전관리담당자의 건강 상태나 정서 등의 미세 변화에 의해서도 사고는 얼마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안전의식은 단 1초라도 중단할 수 없는 생명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철저한 안전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정부와 공단의 어떤 안전대책도 효과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이사장은 “지금도 우리의 일터에서는 매일 250여명이 부상당하고, 5명이 목숨을 잃고 있고, 1년으로 계산하면 한 해 9만여명의 재해자가 발생하고, 이 중 2000명 가까이 사망한다”며 “산재예방을 위해 일터에서 먼저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장 절실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