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네바다주에서 치러진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거두며 3연승을 달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공화당 코커에서 2위와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이며 압승했다. 뉴햄프셔·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 이어 내리 3연승이다.

트럼프의 이번 네바다 승리는 무엇보다도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다음 달 1일 '슈퍼 화요일' 경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대세론을 전국 단위로 확산시키는 모멘텀이라는 의미가 크다.

'북부'의 뉴햄프셔와 '남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서부'의 대선풍향계로 불리는 네바다에서까지 크게 승리하면서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특정 지역이나 인종 또는 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위 후보군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수준으로 격차를 벌려놓은 점도 이 같은 대세론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번에 네바다에서 선전한 것은 일차로 전국에서 높은 지명도에다가 라스베이거스에 근거한 사업기반과 그에 따른 네바다 주민들의 정서적 호감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열풍'이 서부 한복판에까지 불어닥친 것은 기득권에만 골몰하는 미국 공화당 주류 정치에 대한 '분노의 표심'이 그만큼 광범위하게 확산돼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트럼프의 주장과 공약이 주요 지지층으로 보이는 백인 유권자층뿐만 아니라 히스패닉계에도 크게 호소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로서는 이번 네바다의 압승으로 인해 13개 코커스 또는 프라이머리가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단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트럼프가 승리의 여세를 슈퍼 화요일로 이어간다면 '누구도 막기 어려운'(unstoppable) 후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3월 중순 이후에는 경선 1위가 모든 표를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는 주들의 경선이 예고돼 있어 여론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트럼프가 단연 유리한 구도다.

물론 트럼프의 본선경쟁력에 회의를 표하며 당 지도부가 인위적으로 후보선출에 개입하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탄력을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선을 주관하는 공화당 중앙당 격인 전국위원회(RNC)는 최근 "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든 우리는 지지할 것"이라고 말해, '중재 전당대회' 시나리오를 일축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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