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로 뛰어난 보안 기능을 갖춘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창립자가 보안 조치를 우회하는 '백도어'를 여는 것은 테러리스트와 범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텔레그램 창립자 파벨 두로프(31)는 최근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둘러싼 애플과 연방수사국(FBI)의 공방과 관련해 앱에 대한 접근을 막거나 보안 장치에 침입하는 정보기관의 해법은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며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런 접근법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모든 사람의 안전한 의사소통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로프는 "백도어가 만들어진다면 정부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론적으로 테러리스트 같은 범죄자도 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그런 조치가 취해진다면 대부분의 서신, 사업 기밀, 개인 자료가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을 포함한 많은 정부가 과거 비슷한 요구를 해왔지만, 암호화라는 것은 그것을 만든 자신도 사용자들의 메시지에 접근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텔레그램 창립 이후 2년 반 동안 어떤 고객 자료도 유출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의 높은 보안성 덕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사이버 은거지'로 지목된 데 대해 두로프는 1억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테러 당시에도 테러범들이 암호화된 메시지를 통해 테러를 계획하고 이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암호화 기술을 테러리스트에게 필요한 기술의 중심이라며 규제를 촉구해왔다.

텔레그램이 파리 테러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두로프는 "테러범들은 다른 메시지 서비스도 사용했을 것"이라며 "텔레그램이든 다른 기술 기업이 테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문제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텔레그램은 지금까지 IS가 선전용으로 이용하는 채널 660개 이상을 폐쇄했다.

러시아 출신인 루도프는 2006년 러시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브콘탁테를 만들었지만, 정부의 데이터 정보 제공 요구를 거부하고 고국을 떠나 2013년 독일에서 형 니콜라이와 함께 텔레그램을 설립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