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유족 "DNA 채취해 신원 확인에 활용해라"…韓정부 대응 주목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에 전사한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 수습 문제에 관해 한국 정부의 요구가 있으면 협력할 뜻을 표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일본 국회에 따르면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일본 후생노동상은 지난 18일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일본군이나 군속(군무원)으로 동원돼 전사한 한반도 출신자 신원 파악을 위한 DNA 감정과 관련해 "한국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이 있으면 진지하게 이를 받아들여 (일본) 정부 내부에서 적절한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상문제나 위안부 문제와 얽히지 않고 비용에 관해서도 적절히 한국이 부담한다는 전제 아래 한국 측으로부터 유골에 관한 DNA 감정을 요청받은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이냐는 민주당 쓰다 야타로(津田彌太郞)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비용 문제 등의 단서가 달렸지만, 시오자키 후생노동상의 답변은 한반도 출신 전사자 신원 파악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의 과거 입장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반도 출신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나오면 한국 정부와 DNA 감정 등의 문제를 의논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유품이나 매장자 명부 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DNA를 감정하지 않으면 출신지를 추정하기 어려운 만큼 이런 설명은 선후(先後)가 바뀐 것이고 결국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을 찾는 DNA 감정을 거부한 것과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오자키 후생노동상의 18일 답변은 일단 어떤 형식이든 한국 정부의 제안이 있으면 협의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한국인 유족의 요구를 어떤 형태로 일본과의 교섭에 반영할지가 주목된다.

일본 정부의 유골 발굴 사업은 자국민 전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인 유골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 등은 애초에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앞서 일본 후생노동성 관료를 면담하고 희망하는 모든 한국인 유족의 유전자를 채취해 이를 유골 신원 판정에 활용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발견된 유골 가운데 가능한 모든 개체에서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자국민 유족의 DNA와 비교·대조하는 구상을 추진하는 데 여기에 한국인 유족도 참여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