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돋친 설전 하루만에 사태 일단 수습국면

불법이민자 근절 정책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하루 만에 갈등을 급수습한 모양새다.

교황은 19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고, 트럼프도 언론 인터뷰에서 교황에 대해 "훌륭하다"고 치켜세우며 한 발짝 물러섰다.

바티칸 교황청의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장벽을 세우려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는 취지의 교황 발언과 관련, "교황은 일반론을 언급한 것으로, 이는 성서에 나오는 연대와 결속의 본질과도 맞는 것"이라고 밝혔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이어 "교황의 발언은 (특정)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고, 더욱이 누구에게 투표하라는 것을 암시한 것도 아니다"면서 "교황은 '미국의 선거 캠페인에 휘말릴 뜻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단순히 들은 바에 대해 얘기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종교지도자로서의 수치'라고까지 강하게 반발했던 트럼프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교황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다만 "내게 이 문제는 불법이민자들에 관한 것이다. 범죄와 불법 이민자 문제에 관한 한 교황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멕시코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트럼프의 장벽 건설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간에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말했고, 이에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 도중 긴급 성명을 내고 "교황이 공개로 나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보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미사를 집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교황은 아주 정치적인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