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경유해 초콜릿·쿠키·내복·식기 수출한 도쿄 무역회사 김모사장
조선총련 산하 경제단체 압수수색…"사건과 무관한 강제수사, 부당한 폭거" 반발

대북제재로 수출입이 금지된 북한에 초콜릿과 내복, 식기 등을 수출한 일본 내 한국계 수출 업자가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교토(京都)부·가나가와(神奈川)현·시마네(島根)현·야마구치(山口)현 경찰 합동수사본부는 18일 도쿄의 무역회사 '세이료쇼지(聖亮商事)' 사장 김모(48·한국국적)씨를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씨에 대한 체포는 북한이 올들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강행으로 일본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 제재 강화 방침을 정한 가운데 나온 것이서 주목된다.

김씨는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지 않고 2014년 1월 2일 북한 수출을 목적으로 경유지인 싱가포르에 있는 회사에 의류, 식품류, 일용품 등 187상자(수출신고 가격 640만엔·약 6천890억원)를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북한에 불법으로 우회 수출한 품목은 초콜릿, 쿠키, 말린 찰떡, 내복, 샌들, 장화, 식기, 숟가락, 포크 등이 포함됐다고 합동수사본부는 밝혔다.

김씨는 이런 방법으로 이들 물품을 북한의 부유층에 판매해 거액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북한에 물품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입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이 회사가 도쿄항에서 일용품 등을 컨테이너에 넣은 뒤 선박 편을 이용해서 제3국을 경유해 북한에 수출한다는 혐의를 잡고 이 회사에 대한 압수 수색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5월 북한산 송이를 중국산으로 속여 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허종만 의장 차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본부는 김씨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약 6년간 10차례 이상 부정한 방법으로 수출을 한 정황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용의자 김씨의 국적은 한국이며, 조선총련과의 관계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조선총련 산하 경제단체인 '재일조선합영경제교류협회'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했다.

조선총련은 이날 산하단체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일본 정부가 대북 독자 제재를 결정한 시기에 이번 사건 조사에 착수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조선총련 관련 단체를 강제 수사했다"며 "부당하기 그지없는 폭거"라고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등을 이유로 독자적인 경제제재에 착수해 2009년 6월부터는 대북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해 3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런 내용의 제재를 2년 연장했다.

일본의 대북 수출액은 트럭과 장비 부품, 의류 등을 중심으로 2003년에는 100억엔(약 1천77억원)을 넘어섰지만, 2009년에는 2억원대로 줄었다.

2010년부터는 대북수출액은 통계상 0으로 기록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일본이 대북 수출 금지 등 독자 제재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34건의 대북 부정 수출 사건이 적발됐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