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3일 사망한 연방 대법원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 직전 행적과 주검의 발견 상황, 사망 선고 등의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눈에 띈다는 기사를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 정황이 일요일 밝혀지면서 죽음 이후 몇 시간이 전혀 질서정연하지 않음이 드러났다"며 "사망 마지막 시간들의 구체적 정황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이 숨진 장소는 텍사스 주 서브 섀프터 인근 리조트인 시볼로 크리크 랜치. 영국 왕족이나 영화스타, 조류나 들소, 퓨마 사냥꾼들이 몰리는 최고급 호화 리조트로 흔히 '죽기 전에 가봐야 할 휴양지'로 꼽히는 장소다.

이 리조트의 주인인 휴스턴의 사업가 존 포인덱스터가 이날 오전 스캘리아 대법관의 시신을 최초 발견했다고 한다. 그가 아침식사 자리에 나오지 않기에 처음에는 늦잠을 잔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 다른 손님들과 함께 그의 방을 들어갔다는 것.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방에서 스캘리아 대법관은 "잠옷을 입은 채 평화롭게 누워있었다"고 포인덱스터는 WP에 밝혔다.

숨진 장소가 집이나 교회 등이 아니라 사냥터인데다가, 대법관의 임종을 목격한 이들도 포인덱스터에게 초청받은 사냥꾼들이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을 선고한 이는 프레시디오 카운티 법원의 신데렐라 게바라 판사였다. 쇼핑 중이던 그녀는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은 지역 사정상 경찰과 20분간 통화 끝에 오후 1시52분께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을 선고했다. 이 판사마저도 수소문하는데 몇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바라 판사는 비상요원과 현장에 도착한 경찰 등과의 통화에서 "살인의 징후는 없었다"는 말과 스캘리아 대법관이 다양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소견을 듣고 부검 없이 사망을 선언했다. 결국 게바라 판사는 시신을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텍사스 법에 따르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한 경찰은 WP에 "만약에 나였다면…(게바라 판사의 입장이었다면 타살 여부를) 알고 싶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검을 하지 않고 사망을 선언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시신은 방부 처리 등을 위해 텍사스 주 서쪽 끝인 엘 파소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엘파소 장례식장의 한 담당자는 "가족들이 부검을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치의는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 원인에 대해 WP 인터뷰에서 "자연사"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심장 질환"이라고 초기에 보도했다.

WP는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호화 리조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냥을 하다가 숨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을 사냥으로 이끈 마크 래니어 변호사는 WP에 가족과 교회 외에 사냥터가 스캘리아 변호사가 가장 있을만한 장소라면서 자신이 그를 멧돼지나 사슴, 심지어 악어 사냥도 데려갔다고 말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이번 리조트 방문은 홍콩 방문 직후 이뤄졌다. 그는 홍콩에서 책 사인회를 한데 이어 친구 한명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리조트로 12일 도착한 뒤 휴스턴을 관광하고 단체로 꿩 사냥을 했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포인덱스터가 초청한 일행 35명이 먼저 와 있었다. 이날 밤에는 파티가 있었고 스캘리아 대법관은 다른 이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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