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얼리티 TV쇼 할 때 형은 우리 안전하게 할 안보 구축"
부시가문 '젭 구하기' 총력전…부시 전 대통령, 내일 지원유세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13일(현지시간) 밤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9차 TV토론에서 선전하며 모처럼 승자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토론 때마다 존재감을 입증하지 못한 채 패자 판정을 받고, 이것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으나 이번에는 일단 그 고리만큼은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토론에서 자신의 최대 약점인 나약한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듯 시종일관 공세적인 자세를 취했다.

특히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반격이 인상적이었다.

토론에서 트럼프는 "조지 W. 부시(아들 부시·부시 전 주지사의 친형)가 큰 실수를 했다.

우리는 절대 이라크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가 중동 정세를 헝클어놨다"며 '이슬람국가'(IS) 발호 등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를 부시 행정부 탓으로 돌렸다.

그러자 부시 전 주지사는 "트럼프가 나를 모욕하는 것은 개의치 않지만 내 가족을 끌어들이는 것은 지긋지긋하고 신물이 난다"면서 "트럼프가 리얼리티 TV쇼에 나와 존재감을 쌓는 동안 내 형(조지 W. 부시)은 미국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안보기구 조직에 힘썼다"고 반박했다.

이에 트럼프가 "세계무역센터(WTC)가 그의 형 재임 시절에 무너졌다.

그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것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하자 부시 전 주지사는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선거는 내 가족에 대한 것도 아니고 그(트럼프)의 가족에 대한 것도 아니다.

누가 대통령에 적합한지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족들에게 묻는 선거고, 바로 내가 적임자"라고 받아쳤다.

트럼프는 WTC 발언으로 청중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또 트럼프가 "불법이민자 대처에 관한 한 부시 전 주지사가 가장 허약한 사람"이라고 꼬집자 부시 전 주지사는 "약함을 얘기하는데 트럼프처럼 여성을 헐뜯고 (전쟁 영웅인) 존 매케인을 '루저'(loser)라고 부르는 게 진짜 허약한 것"이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부시 전 주지사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와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 등 미 주요 언론은 이번 토론의 공동 승자로 부시 전 주지사 이름을 올렸다.

WP는 "트럼프와 맞선 부시는 명성에 걸맞게 토론회 가운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호평했다.

부시 전 주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서 열린 이번 토론에 공을 들인 것은 오는 20일 열릴 이 지역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때문이다.

경선 3차 관문이자 첫 부분 승자독식 제도가 적용되는 이 지역의 선거 결과가 향후 경선 판도를 가를 가능성이 크며, 특히 부시 전 주지사로서는 이곳에서 선전하면 부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 경선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 1일 아이오와 첫 코커스에서 2.8%를 얻는데 그쳤으나 2차 관문인 지난 9일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11.02%의 득표율로 4위에 올라 실낱같은 희망을 살린 상태다.

2008년 퇴임 이후 정치활동을 자제해 온 부시 전 대통령이 '동생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프레지던트 데이'인 15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찰스턴에서 열리는 동생 부시 전 주지사의 선거 유세에 직접 참석해 지원 연설을 할 예정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 지역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햄프셔에서는 어머니 바버라 부시(90) 여사가 노구를 이끌고 직접 선거 현장을 다녔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