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중국인의 부정적 대북민심, 정책에 반영돼야"
차이나데일리 "사드 아닌 대북 제재가 위기 치료법"
환구시보 지난달 12일 여론조사서 82%가 대북제재 지지


중국 관영 언론들이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끝난 직후, 강력한 대북 제재 필요성을 잇따라 시사하고 나서 주목된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5일 사설에서 중국인의 대북 민심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같은 민심의 변화가 중국의 대북정책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이날 사설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아닌 (대북) 제재가 한반도 위기의 치료법"이라며 강력한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영 언론들의 이같은 보도 태도는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중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갈수록 많은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국인들의 부정적 대북 인식을 부각시켰다.

신문은 과거에는 북중 간에 항미원조(抗美援朝)에 근거한 전통적 우의와 북한이 '병풍' 역할을 한다는 관점이 강했지만 최근 북한의 반복적인 핵실험에 따른 중국의 이익 침해와 '인권유린' 같은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우 중요한 동향은 많은 중국인이 북한을 '우호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상당수는 북한을 중국의 '부담'으로 보거나 심지어 '나쁜 이웃'으로까지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대북 전문가들의 추론을 근거로 이런 부정적 관점을 가진 중국인이 대략 60% 이상, 심지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신문은 이어 "민의가 외교정책 자체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외교전략의 기초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며 "대북 민심의 변화는 사실적으로 나타날 필요가 있다"며 정책 반영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신문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중국 동북지방과 가까워서 북핵 문제가 중국 국내에 미치는 잠재적인 폭발성 역시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핵 문제는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중국은 대책을 조속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미국, 한국, 북한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민첩함과 융통성을 확보해 스스로 세운 최저선(마지노선)의 위엄을 수호해 나가야 한다"며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큰 전략과 주도권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이나데일리도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거론하며 "한반도의 핵무장 상황은 위험한 문턱을 넘었고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주는 위협은 그 어느 때보다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미국, 일본, 한국이 훨씬 더 강력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 중이며 중국 역시 북한이 필요한 대가를 치르도록 추가적 조치 통과에는 동의했다"면서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그 강력함의 수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사드의 한국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에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사드를 둘러싼 이견이 평양의 핵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하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드가 더 강경한 유엔 제재 채택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당사국이 충분한 '제재 패키지'에 동의한다면 사드의 존재 이유는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를 위해 새로운 제재조치는 북한이 아픔을 느끼도록 제대로 깨물어야 한다며 강력한 대북 제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문의 논조는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사드 배치 논의를 백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북 제재를 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환구시보는 지난달 6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12일 공개한 설문조사를 통해 중국인의 반북, 혐북 정서가 심각하다는 점을 공개한 바 있다.

1월 6∼12일 사이에 이뤄진 당시 설문조사에서 4천900여명의 응답자 중 82%(4천3명)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추진중인 대북 제재를 지지한다고 답변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8%에 그쳤다.

'북한의 핵실험이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느냐'는 별도의 설문조사에서는 4만2천500여명의 응답자 중 81%(3만4천523명)가 위협이 된다고 답변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