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제재 노력 설명, TPP 미가입국 구애 전망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이하 현지시간) 동남아시아 국가 정상들과 만나 대북제재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논의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틀간 캘리포니아 주 휴양지 서니랜즈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들을 초청해 중국과 견해차를 보이는 북한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회의 테이블에 올려 '반중국 전선'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서니랜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석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찾았던 2013년 6월 오바마 대통령과 격식을 갖추지 않은 비공식 회동을 한 곳이기도 하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9일 오바마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들을 만나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노력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아세안 정상들과의 만남은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미국과 현격한 온도 차를 보이는 중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해 강력한 제재를 끌어내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강력한 대북 제재 카드를 내민 상황에서 중국의 동참은 물론 중국과 이해관계가 얽힌 아세안 국가들도 공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세안 국가들과 더욱 밀접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남중국해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중국의 행보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아세안 정상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롭게 해결돼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우리는 이런 문제들은 국제 규범에 들어맞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하며 큰 국가가 작은 나라들을 괴롭히는 식으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중국을 겨냥했다.

중국 견제는 투자·교역 부문에서도 이뤄져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아세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설한 데 이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타결을 서두르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최근 12개국이 공식 서명한 TPP에는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4개국만 참여했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은 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했고 캄보디아 등 다른 국가는 TPP 득실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또 재임 중 '아시아 중시 전략'(pivot to Asia)을 주창하며 미국의 정체성을 '태평양 세력'에서 찾으려 한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을 공고히 하는 작업이 될 전망이다.

로즈 부보좌관은 "미국은 앞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의제를 설정하는 협상 테이블에 있을 것임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과제는 아세안 국가들이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한 높은 수위의 성명서에 동참할 수 있을지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 일부 국가를 상대로 서명을 거부하라고 회유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 전문가는 "미국이 아세안에 공을 들인다고 아세안 정상들이 느낀다면 아세안의 가장 취약한 국가도 이웃들과 함께 서명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이 약소한 이웃에게 멋대로 구는 것을 좋아할 동남아 국가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아세안 정상들이 반중국 전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미국의 자기 잇속만 차리는 정책이 지역 내 긴장의 근본 원인"이라며 "남중국해 분쟁은 중국과 관련 국가들의 일대일 직접 협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흔들림 없는 입장"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은 어떤 사안에 있어서든 아세안과 같은 독립적인 기구의 대변인이 아니며 앞으로도 절대 아닐 것"이라며 "지금은 분별 있는 아세안 국가들이 미국의 간섭으로부터 거리를 둬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김지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