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극단주의 언더독이 독 될라"…미국 양당서 후보교체·지명설 모락모락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올해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2차 관문이었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언더독(underdog: 이길 확률이 낮은 선수)’으로 여겨졌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선두로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며 정치 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민주당 내 비주류(아웃사이더)다. 트럼프도 워싱턴 정치인들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불법이민자 추방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을 주장,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공화당 주류와 거리가 있다. 각 당 내에서 극단적인 정책을 주장하는 후보로는 대선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 성향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으며, 민주당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를 누르지 못할 것 같으면 조 바이든 부통령이나 존 케리 국무장관 등이 ‘대타’로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 샌더스 대신할 카드 골몰

공화당계열 비영리정치단체인 ‘아메리칸 라이징 스쿼드’는 지난 11일부터 새로운 광고를 시작했다. 사회주의(socialism)라는 자막과 함께 전쟁의 참상과 과거 소련의 이미지, 그리고 젊은 시절의 샌더스가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영웅’이라 부르고, 최근 유세에서 “반드시 세금을 올리겠다”고 말한 대목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광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이후 샌더스 의원을 심각한 경쟁상대로 보고 이 같은 비방 광고를 시작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샌더스는 지난해 초만 해도 인지도와 조직, 자금 면에서 클린턴의 적수가 되지 못했으나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지난해 4월 클린턴 출마선언 당시 5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였던 전국 지지율은 이달 초 13%포인트로 줄었다. 4일엔 격차가 2%포인트(44% 대 42%)로 줄었다는 결과(퀴니피악대 조사)도 나왔다.

민주당은 12개주 경선이 동시에 벌어지는 ‘슈퍼 화요일’(3월1일)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텍사스주 등에서 총 1117명의 대의원을 뽑는다. 전체 대의원(4764명)의 4분의 1 정도를 뽑기 때문에 이날 결과를 보면 경선 구도를 가늠할 수 있다.

각 주에 소송 제기해 경선 참여 가능

민주당 내에선 아직 클린턴이 확보한 대의원 수와 지지율에서 앞서기 때문에 경선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바이든 부통령, 케리 국무장관 등의 ‘대타 기용설’도 나오고 있다. 클린턴이 이메일 스캔들 등의 악재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만약 클린턴이 경선을 포기하면 두 가지 옵션이 가능하다. 경선 잠정 중단을 선언했던 마틴 오맬리 전 버지니아주지사가 다시 캠페인에 뛰어들 수 있다. 바이든 부통령 등 다른 후보들도 각 주 선거관리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 이미 50개주와 6개 자치령 및 특별행정구역에선 경선 후보 등록이 끝났다. 중간에 경선에 참가하려면 각 주 선거위의 규정을 바꿔 후보를 다시 받도록 해야 한다. 워싱턴 정가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주자들이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3월이 지나면 판세를 뒤엎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 “트럼프, 본선 경쟁력 약하다” 판단

트럼프는 아이오와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에게 3.3%포인트 차이로 졌지만, 뉴햄프셔에서 35.3%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세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트럼프는 4일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조사한 전국 지지율에서 29.5%로 크루즈 상원의원(21.0%) 등 경쟁자를 앞서고 있다. 트럼프 지지율이 44%로 2위와의 격차가 27%포인트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문제는 본선 경쟁력이다. 트럼프는 클린턴이나 샌더스와 붙었을 때 모두 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퀴니피악대가 최근 전국 1145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클린턴 및 샌더스와의 가상 대결에서 각각 41% 대 46%, 39% 대 49%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선 경쟁력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공화당 지도부에서 끊임없이 ‘중재전당대회’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재전당대회는 과반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가 없을 때 당 지도부가 개입해 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지도부가 본선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지명할 수 있다. 당 지도부가 루비오 등을 집중 지원해 트럼프의 과반 득표를 막은 뒤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지명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중재전당대회는 다수결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 때문에 1952년 민주당 중재전당대회 이후 열린 적이 없다. 또 트럼프가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해 ‘제3 후보’로 뛰쳐나갈 경우도 가정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지금이 블룸버그가 대선에 뛰어들 때’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대선 경선에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라는 ‘큰 구멍’이 생겼기 때문에 중도 성향의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중원을 차지할 최적의 시기라는 주장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도 8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양당 후보들의 담화와 토론 수준이 한심하다”며 “(대선 출마와 관련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극단주의 언더독이 독 될라"…미국 양당서 후보교체·지명설 모락모락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