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 2차 양자토론…차별화 안간힘썼지만 '날'은 무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클린턴 전 장관), "당신은 아직 백악관에 가 있지 않다"(샌더스 의원).
11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각자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한편으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려 시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연방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는지에 대해 비판이 많다며 "진정한 변화로부터 미국인들을 소외시키기 때문에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공세를 폈다.

샌더스 의원의 무상교육이나 건강보험적용 대폭 확대 같은 공약에 대해 현실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음을 감안한 공격이었다.

이에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장관에게 "당신은 아직 백악관에 있지 않습니다"라고 역공을 폈다.

클린턴 장관이 "내가 만약 백악관에 가면"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주장을 편 것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정치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장관의 슈퍼팩(대선주자 선거운동본부와 별도의 모금조직)이 월스트리트(금융업계)로부터 최근 1천500만 달러(약 181억원)를 받았지만 나는 평균 기부금액이 27달러"라며 선공을 폈고, 이에 클린턴 장관은 "내 기부자는 75만 명"이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샌더스 의원은 "미국인의 상식을 모욕하지 말자. 그들(금융업계)가 돈을 재미로 뿌렸겠느냐"며 역공을 폈고, 클린턴 장관은 "다음에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금융업계 규제를 더 광범위하게 적용하겠다"며 금융업계와 자신과의 '친밀함'을 파고든 샌더스 의원의 공세를 막으려 시도했다.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장관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버니 샌더스가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클린턴 전 장관은 건강보험개혁제도가 "오바마케어로 불리기 전에는 힐러리케어로 불렸다"며 맞서기도 했다.

외교·안보 분야로 주제가 전환되자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국무장관 경험을 내세웠고, 샌더스 의원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국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대부분 반복했다.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 모두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진행된 이번 TV토론은 민주당 대선주자 TV토론 전체로는 6번째고 양자대결 형태로는 두 번째다.

공영방송인 PBS가 주관한 탓인지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지난 9일 열린 뉴햄프셔 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 승자인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려 할 때 전보다 더 인상을 쓰거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 1일 오하이오 주 당원대회(코커스)에서 간신히 승리한 클린턴 전 장관은 최대한 온화한 인상을 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대선주자 모두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하지만"이라거나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토론에 대해 "신사적이고 문명인다웠지만 드라마는 없었고 주장은 다른 어딘가에서 들었던 내용"이라며, 두 대선주자 사이의 '날'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토론은 또 민주당이 오는 20일 네바다 주에서, 오는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경선을 치를 예정인 가운데 이뤄졌다.

정치 분석가들은 아이오와 주나 뉴햄프셔 주와 정치적 환경이나 인구 구성이 다른 곳에서 경선이 열리기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