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돈의 선거'로 불리는 미 대선전에 변화의 조짐
큰 주들에선 TV광고 등이 영향력 발휘…선거자금 영향력 감소 예단은 시기상조

미국 대선 정국을 몰아치고 있는 '성난 유권자' 선풍 탓일까?
돈의 선거로 불려온 미국 대선 초반전 양상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으레 선거자금의 규모가 당선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온 미국 선거의 전통이 대선 초반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 두 아웃사이더의 돌풍과 함께 선거자금의 역할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분석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민주당의 이른바 대세론을 타고 선두주자로 나선 배경에는 상당수 당내 유력 경쟁자들이 힐러리와의 선거 자금 모금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지레 경선 출마를 포기한 탓이 크다.

현재까지 대선 후보들의 선거자금 모금액은 예상대로 클린턴 후보가 1억6천300만 달러로 가장 많고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1억5천5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관행대로하면 이들이 대선 초반을 주도하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부시 후보는 이미 초반에 대세를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다르다.

2천100만 달러의 모금으로 겨우 10위인 트럼프와 7천500만 달러로 5위인 샌더스가 초반 판세를 주도하고 있다.

샌더스는 대선전 첫 관문인 아이오와 경선에서 힐러리 후보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선전을 펼치며 석패했지만 두 번째 경선지역인 뉴햄프셔주에서는 힐러리를 상대로 20%포인트 이상의 큰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물론 아직은 초반이니만큼 대세를 속단하기는 빠르다.

그리고 대선전이 보다 큰 주로 옮아가면서 TV 광고등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선거 자금의 영향력 감소를 예단하는 것도 시기 상조이다.

그러나 변화의 징조는 이미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선거자금이 많은 후보가 항상 승리한다는 관행이 이번 선거전에서는 입증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선거자금 1,2위 클린턴과 부시 후보는 상당 부분을 외곽재정지원 조직인 이른바 '슈퍼팩'(Super Pac)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대법원의 표현의 자유 옹호 판결에 따라 무제한 기부가 가능한 슈퍼팩은 클린턴 후보에 전체 모금액의 약 절반을 제공했고 부시 후보는 80%에 가까운 1억2천400만 달러나 조달했다.

문제는 슈퍼팩이 후보를 외곽 지원하는 보완기구로서 실제 선거운동에는 전혀 관여할 수 없는만큼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다.

선거전략이 형편없거나 후보 자체가 함량 미달일 경우 자금만으로는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기가 힘들다.

선거자금 모금에 관한 이변의 주역은 단연 샌더스이다.

그는 대기업이나 부유층 개인이 막대한 기부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차단하기위해 슈퍼팩을 거부했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사회 불평등 해소와 함께 정치 개혁을 위해 부패한 현 선거자금 조달 시스템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주로 개인들의 소액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샌더스 후보는 뉴햄프셔에서 클린턴에 압승을 거둔 직후 600만달러를 모금했으며 개인들로부터 평균 27달러를 모았다.

이는 연방선거법이 정한 상한인 2천700달러에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샌더스의 선거자금 컨설턴트인 에릭 에릭슨은 풀뿌리 유권자 선거자금 모금 계획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선거자금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샌더스의 철학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권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기부를 통한 영향력 행사보다 후보들의 진정한 경륜이며, 후보들과 보다 정통적인 관계를 희망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트럼프의 경우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기부를 받고 있고 웹사이트 등에서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나 선거 자금 모금에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다.

그 역시 자신을 지원하겠다는 슈퍼팩에게 자신의 이름을 연관시키지 말도록 요구하면서 부호답게 자신의 재산 일부를 선거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의 모금 액수가 2천100만 달러로 공화당의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미디어를 통한 그의 파격적인 이미지 탓이라는 분석이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의 경우 8천900만 달러,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의 경우 7천700만 달러 수준이다.

뉴햄프셔 예선에서 나타난 선거자금 모금 순위와는 전혀 다른 득표율이 다른주로 계속 확산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yj378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