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월말 외환보유액이 1000억 달러 가까운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중국정부의 환율방어 능력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선인 3조달러는 여유있게 지켜냈다. 일단 시장의 우려는 걷어냈지만 감소 폭과 속도가 너무 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방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7일 발표한 1월말 외환보유액은 정확히 3조2310억달러다. 지난 1월 감속한 액수는 994억6900만달러로 지난해 12월 1080억 달러보다 소폭 줄었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중국 정부가 월가 헤지펀드의 위안화 ‘숏 베팅’에 대응, 외환 시장에서 대규모 달러매도 개입을 단행하면서 지난해 12월보다 외환보유액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기도 했다. 영국계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작년 12월보다 무려 320억 달러가 많은 1400억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참가자들이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를 밑돌 경우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방어 의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소시에떼제네럴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을 근거로 중국의 외환위기 발생시 필요한 외환보유액 수준을 2조7500달러로 추산했다. 하지만 막상 두껑을 열어보니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1000억달러를 밑돌면서 월가의 전망치인 3조2100억달러를 소폭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식발표에 앞서 중국 정부는 국가외환관리국(SAFE)을 통해 지난 4일 “1월말 외환보유액은 시장의 기대를 여유있게 웃돌 것”이라며 일종의 ‘가이던스’까지 제시하면서 환투기세력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16%내린 달러당 6.531위안으로 절상시켜 고시하는 등 강력한 환율방어의지를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기준을 달리할 경우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마켓펀드 등을 포함한 보다 넓은 개념의 통화량의 기준인 M2를 적용할 경우 급격한 외화유출시 필요한 외화보유액 규모가 최소 2조1300억달러, 최대 4조2600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아카데미의 장밍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외환시장을 열어둔 채 위안화 방어를 위한 대규모 시장개입을 지속할 경우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일일 외환변동폭을 확대하고, 시장개입을 자제하면서 외환유출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며 현재 외환보유액은 의심할 여지 없이 충분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중국이 환율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위안화 가치의 추가하락에 베팅을 건 외부세력과의 환율전쟁도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