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브라질 카니발의 최대 관심사는 삼바 댄스와 화려한 복장 대신 지카 바이러스, 모기, 콘돔이 될 전망이다.

브라질 각 도시에서 2월 초 열리는 여러 카니발 중 백미로 꼽히는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도 크게 다르지 않다.

5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하는 카니발을 하루 앞둔 4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오데트 다 시우바(80)라는 여성은 미니마우스 복장을 한 채 춤추고 노래하며 콘돔을 나눠주고 있었다.

흥겨운 축제에 이은 성관계가 급증하는 카니발 기간이면 브라질 당국은 콘돔을 무료 배포하곤 했지만 올해는 그 수요가 어느 때보다 많다고 한다.

신생아 소두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우바는 "이곳 사람들은 걱정이 크다.

내 주변에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있다"며 "사람들은 모기약과 콘돔을 더 많이 사고 있다.

친구들의 자녀들에게 나눠주려고 콘돔을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시우바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도 여느 카니발 기간의 노래와 달랐다.

삼바, 성관계, 화려한 퍼레이드 등이 아닌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성이 가사의 주제였다.

시우바와 함께 춤을 추는 다른 사람들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처럼 꾸민 복장을 차려입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브라질인들의 생활상도 바꿔놨다.

6개월차 임신부인 아만다 폰세카(23)는 하루에 세 번 샤워하고 매번 모기 퇴치제를 새로 바른다.

폰세카는 "온갖 예방조치를 하고 있고 모기에 물린 적이 없어서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며 "매달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폰세카와 달리 브라질 전체적으로는 소두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낙태가 늘고 있다.

브라질에서 낙태는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임신이 성폭행에 의한 것일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법적 해당 사항이 없는 낙태를 하면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지만 이미 불법 낙태는 증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휩쓰는 중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한 네덜란드계 자선단체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들에게 우편으로 낙태약을 보내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