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노이먼 위워크 CEO, 빈 사무실 빌려 잘게 쪼개 재임대…'부동산업계의 우버' 초고속 성장
2010년 2월 현금 30만달러(약 3억6500만원)로 미국 뉴욕에서 창업. 약 6년 만에 100억달러(약 12조원)로 기업가치 급상승.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선정한 2015년 실리콘앨리(뉴욕 맨해튼의 벤처기업) 100대 기업 중 3위.

세계 최대의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WeWork) 스토리다. 이 회사는 미국 유럽 등 주요 도시에서 54곳의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달리 ‘오래된’ 업종인 부동산 임대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독특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위워크는 올해 한국에 사무실을 열고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어서 국내 부동산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2010년 당시 30세에 불과했던 이스라엘 출신 애덤 노이먼(36)이 세운 벤처기업이 ‘부동산 업계의 우버’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꼴찌로 입학한 장교학교… 3등으로 졸업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노이먼은 학창시절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였다. 여동생 아디와 함께 집을 떠나 기숙학교에서 생활했던 그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기숙학교 시절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고 회고했다. 그는 의사였던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레지던트 과정을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병원으로 갔을 때 2년 동안 미국생활을 경험한 것 정도가 또래 친구들과 다른 점이었다.

고교를 마친 그는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해군장교학교에 지원했다. 입학성적은 정원 600명 가운데 거의 꼴찌였다. 하지만 장교학교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 이를 악물고 학과 공부에 매달렸다. 굼떴던 행동도 민첩하게 바뀌었다. 졸업 성적은 전체 3위였다.

5년간 장교로 복무하고 제대한 2001년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생겼다. 여동생 아디가 10대들이 참가하는 미인대회인 ‘미스 틴 이스라엘’에 선발된 것이다. 세계적인 모델이 되겠다는 꿈을 품은 동생이 미국 뉴욕으로 가겠다고 하자 그는 동생의 보호자 겸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빈 사무실 보고 재임대 사업모델 구상

노이먼은 동생의 은행 계좌를 관리하며 뉴욕시립대 버룩칼리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창업을 꿈꾸던 그는 졸업 후 의류업종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무실을 얻어 유아용 무릎보호대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의류 유통에 노하우가 쌓이자 그는 ‘에그 베이비(Egg Baby)’란 회사를 차리고 어린이용 고급 옷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출발은 순탄했지만 노이먼은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 고민하던 그는 2008년 파티장에서 같은 건물에 입주해있던 건축설계사 미겔 매킬비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세 들어 있던 건물의 일부 층이 비어있다는 점에 착안해 소규모 사업자나 1인 창업자에게 공간을 재임대하는 사업 모델을 생각해 냈다. 다음날 매킬비는 ‘그린 데스크’라고 쓴 회사 현판을 직접 만들어 나타났다.

건물주는 노이먼과 매킬비에게 빌딩 한 층을 월 5000달러에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역제안을 했다. “한 층을 우선 우리에게 임대해라. 그러면 우리는 15개 사무실 공간으로 쪼개서 각 사무실당 월 1000달러씩 임대료를 받겠다. 총 1만5000달러의 월 수입이 생기면 당신에게 절반인 7500달러를 주고, 우리는 관리직원에게 2500달러를 지급하고 남는 돈을 우리 몫으로 챙기겠다.”

당초 생각보다 월 2500달러씩 더 주겠다는 제안을 건물주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존의 빌딩 건물에 입주하기 부담스러워 하던 영세사업자와 1인 창업자들이 광고를 보고 몰려들었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의 사업성을 확인한 노이먼과 매킬비는 2년 후인 2010년 그린 데스크를 건물주에게 300만달러에 넘기고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건물주로부터 300만달러 중 30만달러만 현금으로 즉시 받고 나머지는 2년 동안 나눠서 받기로 했다. 만에 하나 사업이 삐끗하더라도 ‘기댈 언덕’을 남겨놓자는 신중한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단순 임대 아닌 커뮤니티 구축에 초점

2010년 2월 출범한 위워크는 걱정과 달리 시작 한 달 만에 흑자를 내며 순항했다. 대형 책상을 함께 나눠 쓰는 가장 싼 형태는 월 350달러, 전용공간을 갖춘 사무실은 월 650달러부터 시작하는 등 입주자의 형편이나 취향에 맞게 임대료를 다양화한 방식이 호응을 얻었다.

노이먼은 “위워크는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자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는다”고 강조한다.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라운지는 초저녁이면 맥주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파티 공간으로 변신한다. 1주일에 한 번씩 베이글과 음료를 곁들인 파티를 열어 입주자들끼리 사업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노이먼은 “벤처거품이 꺼지거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위워크의 경영도 힘들어질 것이란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안다”며 “하지만 위워크 고객 중 스타트업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며 업종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펩시 머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위워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베이, 우버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회사인 벤치마크도 2012년 위워크에 투자했다. 벤치마크가 부동산 기업에 자금을 댄 것은 위워크가 처음이었다.

노이먼은 최근 위워크의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워싱턴DC 등에서는 아파트를 개조해 여러 명에게 ‘마이크로 아파트’를 재임대하는 ‘위리브(WeLive)’ 사업을 시작했다. 입주자들을 위한 부가서비스 제공도 새로운 수익원이다. 입주 기업들이 단체로 건강보험에 가입하거나 웹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노이먼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미래의 궁극적인 사업 목표는 우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를 잠깐 만난 적이 있다는 노이먼은 “다음에 만나면 머스크가 화성에 우주선을 보낼 때 나도 함께 가서 화성에서 위워크 사업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꼭 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에 ‘위워크 커뮤니티’를 짓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화성에 갈 수만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No question).”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