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젊음과 조직력으로 트럼프 돌풍 꺾는 '이변'…아이오와 99개 카운티 훑어
전국 지지율도 급상승 가능성…당내 주류의 거부감-캐나다 태생 걸림돌 될수도


'쿠바 이민자의 아들'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열린 아이오와 첫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했다.

대선 경선 첫 관문인 아이오와에서 '트럼프 돌풍'을 꺾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크루즈 의원의 지지율은 27.7%로, 24.3%에 그친 도널드 트럼프를 3.4% 포인트 차로 제쳤다.

크루즈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계속 밀렸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디모인 레지스터-블룸버그의 마지막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크루즈 의원은 23%를 얻어 25%를 기록한 트럼프에게 5%포인트 차로 뒤진 바 있다.

이 때문에 선거전문가들은 대부분 트럼프의 승리를 점쳐왔다.

크루즈 의원이 첫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조직력 덕분으로 평가된다.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와 달리 당내 강경세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아이오와에서만큼은 조직과 자금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두자릿수 차로 지면서도 아이오와에서는 트럼프를 바짝 추격했고, 일부 조사에서는 트럼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크루즈 의원이 양당을 통틀어 유일하게 아이오와 99개 카운티를 모두 돌고, 유세 내내 "이곳에서 트럼프를 막지 못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 먹힌 셈이다.

특히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 투표자 수가 18만7천 명 가량으로, 역대 최다였던 2012년의 12만1천354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높은 투표율이 트럼프가 아닌 크루즈 의원에게 도움이 된 셈이다.

선거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을 제기했었다.

미 언론은 크루즈 의원의 승리한 데는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들의 표심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보수파 목사 아버지의 영향으로 침례교계 고등학교를 나온 크루즈 의원은 선거운동 내내 기도와 진정한 신앙심을 강조하며 기독교 표심을 공략했다.

크루즈 의원은 앞으로 아이오와 승리의 여세를 몰아 나머지 지역에서도 승기를 잡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당장 9일 실시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판세부터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공개된 CNN-WMUR의 뉴햄프셔 공동 여론조사(1월27∼30일·공화 유권자 409명)에서 크루즈 의원은 12%를 얻는데 그쳐 30%를 기록한 트럼프에 18%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아이오와 승리의 밴드왜건 효과로 크루즈 의원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트럼프의 지지율은 하향세를 그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크루즈 의원이 공화당의 보수성을 가장 그럴듯하게 대변한다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자는 트럼프가 아니라 크루즈"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은 경선 과정에서 당내 주류 진영의 거부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극우 강경세력인 티파티의 총아로 불리는 크루즈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비주류 인사로 꼽힌다.

동료 상원의원들조차 아직 한 명도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당내에서는 이단아로 통한다.

2013년 상원에서 장장 21시간 19분 동안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반대 연설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류 진영이 트럼프의 대항마로 크루즈 의원보다는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도 이런 그의 강경 성향 때문이다.

크루즈 의원은 경선 승리를 확정 지은 후 연설을 통해 "풀뿌리 지지자들의 승리고, 아이오와 주와 전국에 있는 용기있는 보수주의자들의 승리"라고 규정하면서 자신에 비판적인 당내 주류와 언론을 겨냥, "우리는 언론매체나 워싱턴의 기성 제도, 로비스트들에 의해 선택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크루즈 의원은 명문 프린스턴과 하버드대에서 수학하고 출세 가도를 달린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꼽힌다.

아버지는 스페인계 혈통의 쿠바인이고 어머니는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피가 섞인 백인 미국인으로, 크루즈 의원 본인은 1970년 12월 캐나다 앨버타 주 캘거리에서 태어났다.

캐나다 태생 문제 때문에 트럼프로부터 '출생시민권자'(natural born citizen)가 아니어서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는 공격을 받아왔으며, 앞으로도 이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텍사스 주 휴스턴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프린스턴대학 시절 토론대회에서 우승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 1996년 고(故) 윌리엄 렌퀴스트 전 연방 대법원장 밑에서 보좌관으로 일했고 2003년 텍사스 주 법무차관에 올라 텍사스에 자리를 잡았다.

히스패닉 사상 최초의 대법원장 보좌관, 사상 최연소 및 첫 히스패닉 법무차관이 그의 이력에 추가됐다.

2012년 텍사스 주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쿠바 이민자 출신, 히스패닉, 혼혈, 우등생, 뛰어난 언변 등으로 주목받으며 단숨에 공화당의 차기 잠룡으로 부상해 만 45세의 젊은 나이에 첫 대권 도전에까지 나섰다.

경선 초반 트럼프와 벤 카슨 등 두 아웃사이더에 밀려 존재감을 찾지 못했으나,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기량을 발휘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데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조성된 안보국면에서 확실한 보수색깔을 드러내며 부상하기 시작해 아이오와 첫 코커스 승리를 낚았다.

(디모인<美 아이오와주>연합뉴스) 신지홍 심인성 특파원 shin@yna.co.kr,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