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촌 비판 발언에 "테러 옹호" 비난한 네타냐후 총리 겨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반 총장은 "이스라엘이여, 메시지 전달자를 쏘지 말라"(Dont' Shoot the Messenger·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하지 말라는 뜻의 속담)는 제목의 지난달 31일자(현지시간) 기고문에서 "내 발언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오도하려는 자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반 총장이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토론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사업 중단을 촉구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발언이라고 거칠게 반응한 데 대한 것이다.

반 총장은 기고문에서 "어떤 것도 테러리즘을 정당화할 수 없다.

나는 테러리즘을 단언코 비난한다.

그러나 치안 대책만으로 폭력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좌절과 불만은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점령의 무게 아래서 자라난 것"이라며 "이를 모른 채 한다고 없는 일이 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매일 접하는 점령의 현실이 분노와 절망을 키우고, 이것이 폭력과 극단주의를 부추기며 '2 국가 해법'에의 희망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 총장은 이스라엘이 최근 요르단강 서안에 신규 주택 150채 건설을 승인하는 등 정착촌 확장을 이어가고, 팔레스타인 수천 가구가 철거 위기에 놓이면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거의 매일 이스라엘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현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해소를 위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노력을 설명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이 모두 양보해 과거에 체결된 평화협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반 총장은 "나는 이스라엘의 권리를 위협하려는 이들에게 언제나 맞설 것이며,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의 자치권도 늘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가 '2국가 해법'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점에 이를까봐 우려스럽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유엔에 대한 비판이나 나에 대한 공격은 늘 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근시안적이고 도덕적으로 해로운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이 가까운 친구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나온다면, (이스라엘은) 이 같은 선의의 비판을 계속 비난만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은 지지할 수 없다"며 "다른 이들을 규정도 없이 점령하는 것은 치안을 악화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미래에도 해로울 것"이라고 기고문을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