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부 부차관보 "EU, 과세권한 없는 소득에 손 뻗어" 비난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의 세금을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충돌하는 양상을 빚고 있다.

미 재무부 국제조세정책 책임자인 로버트 스택 부차관보가 지난 29일 벨기에 브뤼셀 EU 집행위원회를 방문해 EU 집행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택 부차관보는 EU 집행위 공정경쟁 담당 관리들과 면담한 뒤 "우리는 EU 집행위가 균형에 맞지 않게 미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여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세무당국이 다국적기업들에 부당한 세금 감면을 줬는지를 들여다보는 EU 집행위의 조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EU 집행위는 23개 EU 회원국에 법인을 둔 다국적기업의 세금 계약 약 300건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널드 등 미국계 대형 다국적기업들이 핵심으로 거론된다.

EU 공정경쟁당국은 회원국이 자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 부당한 세금 감면을 제공한 것은 불법 '국가보조금'에 해당한다고 간주한다.

이에 따라 혐의가 드러난 국가에 해당 기업으로부터 부당하게 깎아준 세금을 추징할 것을 명령한다.

나아가 스택 부차관보는 "EU 집행위가 어떤 회원국도 세금을 부과할 권한이 없는 과세소득에 손을 뻗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이 교묘한 조세회피 수단을 동원해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쌓아둔 엄청난 이익에 대해 누가 세금을 거둘 것이냐는 유럽과 미국 대륙에 분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대서양 양측 모두에서 이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분노가 고조된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해외 자회사들에 계상해놓은 막대한 이익은 단지 과세가 유예된 것일뿐 이익이 미국으로 송금될때 과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EU 집행위가 부당하게 감면된 세금에 대한 추징 명령은 이들 소득이 마땅히 EU 회원국에서 관할한 과세소득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셈이다.

스택 부차관보는 EU 집행위 조사가 연루된 미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세금 공제를 요구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면서 "그 경우 (EU) 국가보조금 조사 결과 때문에 미국 납세자들이 돈을 내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택은 이번 조사는 소급 적용의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는 EU에 "국제적 기준들과 일치하지 않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면서 소급 적용은 미국 국익에 "직접적 위험"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공정경쟁담당 집행위원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편견을 단호히 부인하면서 EU 회원국이 투자유치를 위해 일부 선별된 다국적기업들에 경쟁업체들에는 제공하지 않는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을 분명히 해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타거는 유럽과 미국의 '이중과세방지 협정'이 어느 곳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이중 비과세 협약'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