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에 스위스·스웨덴·덴마크 등…미국도 향후 가능성

일본 중앙은행이 29일 경기 부양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와 스웨덴, 덴마크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마이너스 금리를 속속 도입한 데 이어 일본까지 가세한 것이다.

미국이 사실상의 제로금리를 유지하다 지난해 9년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으로 돌아섰지만, 이들 나라의 돈줄 풀기는 계속되고 있다.

국채를 계속 사들며 돈을 풀어온 일본은행은 이날 추가 금융완화책으로 기준금리를 0.1%에서 -0.1%로 내렸다.

2010년 10월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조정한 것이다.

민간은행이 일본은행에 예금할 때 이제까지는 연 0.1%의 이자를 받다가 앞으로는 거꾸로 0.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특히 일본은행은 필요하면 금리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대출이 늘어나고 경기진작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경우 안전자산 선호로 올 들어 급등한 엔화 가치를 다시 내리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곳은 유럽이다.

일본은행과 마찬가지로 저물가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ECB는 지난해 말 물가를 목표치인 약 2% 수준으로 올리려고 예금금리를 -0.2%에서 -0.3%로 내렸다.

ECB의 정책금리가 마이너스로 접어든 것은 2014년 6월이 처음이다.

ECB는 당시 예치금리를 -0.1%로 낮춘 데 이어 3개월 뒤에는 -0.2%로 추가 인하했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의 2014년 12월 1970년 이후 처음으로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춘 이후 -0.75%를 유지하고 있다.

덴마크는 이보다 앞선 2012년 중반에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 도입했다.

덴마크의 예치금리는 스위스와 같은 -0.75%다.

스웨덴은 지난해 2월 기준금리를 -0.1%로 낮췄으며 현재는 -0.35%를 유지하고 있다.

고은진 하나금융투자 크로스에셋 팀장은 "ECB나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등은 대출이 조금 늘어나면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마이너스 금리가 이론적으는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유럽에서 봤듯이 생각보다 위험한 카드는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경제학 이론에서만 있었던 마이너스 금리가 이제 여러 나라의 실험을 통해 일반적인 현상이 돼 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에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해 핵심 목표 금리를 0% 이상으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미국도 제로금리로 복귀하거나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달 폴리티코에 연준이 금리를 '제로' 밑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다음 경기 침체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금리 인상 후에도 '5년 이내에 다시 제로 수준의 금리로 돌아올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의 60%가 동의했으며 18%는 5년 이내에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영국에서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거나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총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이지만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덴마크와 스웨덴의 경우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급등 등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