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숲모기가 매개체…수혈·성관계 통한 전이 가능성도 '촉각'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보건 비상사태 선포까지 고려하면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이 더 커지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 지카(Zika) 숲의 한 원숭이에서 발견된 뒤 그 지명을 이름으로 갖게 됐다.

이 바이러스는 황열, 뎅기열, 일본뇌염과 같은 플라비바이러스 계열로, 감염되면 오열, 발진, 관절통, 안구충혈 등 가벼운 독감 증세를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감염자 대다수는 병원에 갈 일도 없이 완치되고 75%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최근 브라질에서 신생아의 선천성 기형인 소두증(小頭症)이 산모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라는 가설이 나오면서 갑작스럽게 공포가 증폭됐다.

과학자들은 임신 초기의 임산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두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머리 뒷부분이 작은 소두증 신생아는 성장 과정에서 걷기, 듣기, 말하기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를 겪을 수 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큰 위험이 아니었지만 위협적으로 돌변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찬 총장은 "특히 소두증 신생아의 출산이 증가하면 가족이나 사회가 큰 상처를 받는다"고 새로 부각된 위험성을 강조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소두증뿐만 아니라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를 공격해 몸을 마비시키는 희소병인 길랑바레 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까지 나왔다.

주요 매개체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로 알려져 있지만 브라질 보건당국은 예상 외의 빠른 확산 때문에 다른 모기의 전염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에 사는 흰줄숲모기도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모기를 2011년부터 감시해온 결과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체는 발견되지 않아 국내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걸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임신부와 태아를 제외한 사람과 사람 간 전염 경로로는 감염자의 피를 받는 수혈과 감염자와의 성관계가 거론된다.

실제로 CDC도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설명할 때 숲모기, 수혈, 성관계를 적시하고 있다.

현재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는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 원래 감염자를 배출하던 지역을 떠나 북미, 유럽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남미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귀국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로 북미, 유럽에서 자생적으로 감염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각국 보건당국은 감염자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에게 물린 이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과 캐나다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위험지역에 대한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을 다녀온 이들의 헌혈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카 바이러스를 예방할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미국과 브라질의 연구진이 작년 5월부터 브라질에서 감염이 확산하자 개발에 착수했으나 실제 대중 접종은 10∼12년 뒤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모기에 물릴 환경을 피하거나 모기의 번식지인 고인 물을 없애는 등 위생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최선책으로 거론된다.

CDC는 브라질, 볼리비아,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멕시코, 파나마 등 중남미 14개국, 카리브해 지역의 바베이도스, 아이티, 아프리카의 카보베르데, 오세아니아의 사모아 등지를 지카 바이러스 여행 경고국으로 지정해두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