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 전략자산' 현상유지 전략 고수…책임있는 역할 방기 비판론
한미일, 양자차원 고강도 대북제재 카드로 대중 압박·설득 계속
안보리 샅바싸움도 본격화…"압박·설득 병행하되 적절한 관리 필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국면에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미중간의 담판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나면서 앞으로 우리 정부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미일은 대북 추가제재의 출발점으로 '강력하고 포괄적인'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베이징에서 가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담판에서 "제재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중국의 벽'을 새삼 절감케 했다.

중국이 대북 추가제재에는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제재수위에 대한 분명한 온도차를 보이며 단골 레퍼토리인 '북한 감싸기'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북핵이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적인 안보 위협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남중국해 등에서의 미일의 대중국 포위전략을 염두에 두고 북한이 '전략적 자산'이라는 전통적 인식 아래 '현상유지(status quo)를 꾀하며 책임있는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 "예상했던 대로"라면서 "그냥 나온 그대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해왔음에도 핵심 키를 쥔 중국 측이 요지부동의 반응을 보인 데 대해 다소 답답함을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조만간 케리 장관의 방중 결과와 평가를 공유하고, 미중 회담 이후 공동 대응방안 협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케리 장관은 지난 24일 전화통화에서 케리 장관의 중국 방문 이후 전화통화를 다시 하고, 방중 결과와 평가를 공유하기로 한 바 있다.

방한 중인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내정자는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만나 대북제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한 뾰족한 수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안보리 결의 채택 순간까지 중국을 상대로 한 설득과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안보리 결의와 관련해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의하지 않으면 양자차원의 제재수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특히 케리 장관이 전날 회견에서 "미국은 우리의 국민과 각국에 있는 동맹, 그리고 친구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중국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카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이란 제재시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던 것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정부, 기업, 은행 등도 제재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이 대외교역의 90% 이상을 중국과 거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기업이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상대로 한 설득과 압박은 그동안 주로 장외전과 고공전으로 이뤄져 왔다면 이제부터는 안보리의 '링' 위에서도 본격적인 샅바싸움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전날 회견에서 "가능한 한 빨리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미국이 제시한 안보리 결의 초안을 검토하던 데서 적극 논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협상이 1주일이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이제부터 정식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제재 논의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미중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공들여온 한중관계도 더욱 뻐걱거릴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하지만 중국을 너무 몰아세워서는 '강력하고 포괄적' 대북제재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적정한 선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미중간, 한중간 갈등 격화를 우려하며 "(중국에 대한) 적절한 관리의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도 중국에 대한 설득과 압박을 계속하되 '우리가 중국을 적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내야 한다"면서 대북제재에 대한 명분 제시를 통한 중국 설득을 강조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주장은 북한이 핵포기를 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압박을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해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면서 이를 위한 5자회담 추진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