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상당수는 BEPS 제도에 대해 개략적인 정보만 갖고 있을 뿐 구체적인 인식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기업 회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놓고 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삼일회계법인과 글로벌 회계컨설팅 회사인 PwC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연 BEPS 관련 개정세법 동향 세미나를 앞두고 68개 국내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설문 기업의 72%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BEPS 추진 작업과 관련해 ‘개념적으로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14%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나머지 14%도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BEPS와 관련한 정보는 73%가 회계법인 등이 발간한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다고 응답했다.

각 기업의 세무회계 정책이나 실무에서 BEPS 논의를 얼마나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21%가 매우 중요하게 고려, 36%가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답해 관심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간 고려한다는 응답도 29%에 달했다.

반면 BEPS 논의사항을 실무진이 최고경영진에 얼마나 자주 보고하느냐는 문항에는 29%가 보고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새로운 공표사항 등이 있을 때만 비정기적으로 보고한다는 답변이 57%를 차지했다. 기업인들이 BEPS의 중요성은 깨닫고 있지만 아직 국내 세법이 변하지 않아 체감도가 떨어지는 만큼 대응 속도가 더디다는 분석이다.

BEPS 준비에 대해서는 외부 자문과 내부 검토로 적극적으로 준비한다는 기업과 현재 준비 중인 것은 없지만 법령 개정이나 입법안 공표 후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답변이 각각 36%로 나왔다.

국내 세법이 개정되면 세무 관련 업무 시간과 노력이 지금보다 20~50% 늘어날 것으로 보는 기업이 36%, 50~1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이 43%로 대부분 기업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또 BEPS 시행으로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등 과세 경향은 매우 공격적(14%), 다소 공격적(65%)으로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BEPS 입법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으로 개정 내용이 OECD와 국내 세법이 일관성을 갖출 것을 꼽았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중과세로 인한 기업의 세무비용 증가를 첫 번째로 들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