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곳곳이 기습 한파와 눈폭풍으로 얼어붙었다. 북극 한파가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미국 등 북반구 각지를 동시에 강타하면서 도시가 마비되고 물류기능이 중단되는 상황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미국, 시속 100㎞ 강풍에 눈보라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등 대서양 연안 중·동부 지역엔 지난 22일부터 눈폭풍이 몰아치면서 일대가 완전히 마비됐다. 시속 60마일(97㎞)에 달하는 강풍까지 몰아치면서 외신들은 이번 눈폭풍을 ‘스노마겟돈(snowmageddon:눈과 최후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친 말)’에 비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눈과 가상의 거대 괴수 캐릭터인 고질라를 합쳐 ‘스노질라’로 표현했다. 쓰나미와 합친 ‘쓰노나미’, 모든 나쁜 일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탓하는 유행어를 딴 ‘스노바마’도 등장했다. 중국에서는 ‘패왕급 한파’로 불리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22일 오후부터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워싱턴과 뉴욕, 뉴저지, 켄터키 등 11개 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뉴욕주는 모든 차량의 통행을 금지했으며 뉴욕시는 지하철과 철도 운행까지 중단시켰다. 뉴욕주는 24일 오전 7시 폭설이 잦아들자 차량 통행 및 대중교통 운행을 재개했다.

눈폭풍으로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뉴저지 등 13개주 15만여가구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고, 22일부터 24일까지 총 9290편의 항공편 운항이 전면 취소됐다.

AP통신 등은 피해지역을 감안한 눈폭풍 영향권에 든 인구가 8500만명으로, 미국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루이스 유첼리니 미국 기상청장은 “이번 눈폭풍 영향으로 10억달러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폭설로 최소 1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미국 동부지역이 22일(현지시간) 오후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쏟아진 눈폭풍에 뒤덮였다. 미국 기상청은 20개주에 사는 8500만명을 대상으로 눈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23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한 남성이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뉴욕UPI연합뉴스
미국 동부지역이 22일(현지시간) 오후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쏟아진 눈폭풍에 뒤덮였다. 미국 기상청은 20개주에 사는 8500만명을 대상으로 눈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23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한 남성이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뉴욕UPI연합뉴스
중국 북부지방은 영하 30~40도

중국 대륙도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전날에 이어 24일 오전 6시를 기해 중국 전역에 4단계 경보 중 두 번째로 심각한 오렌지색 한파주의보를 재차 발령했다. 중국 네이멍구 건허시를 비롯한 북부지방은 전날 영하 30~40도의 살인적 강추위에 몸살을 앓았다.

중국의 경제수도인 상하이가 영하 7도를 기록하는 35년 만의 한파가 이어졌다. 중동부 지방에선 예년보다 평균 6~10도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서남부 충칭에서는 1996년 이후 20년 만에 첫눈이 내렸다. 아열대 지역인 홍콩 신제의 판링에서도 눈발이 날렸다.

외신들은 혹한으로 상당수 지역의 도로가 결빙돼 폐쇄됐고, 베이징~상하이, 상하이~쿤밍 간 고속철도도 22일부터 연착 상황이 벌어졌으며, 택배회사도 배송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국내는 혹한으로 물류 차질 우려

국내 택배회사와 유통업체 등은 혹한으로 인한 배송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폭설로 도로가 유실되거나 얼어붙으면 운송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 12일부터 설 특별 수송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4000여대의 택배 차량을 추가 투입하고 본사 직원 700여명이 현장 배송업무를 지원하고 있으며 24시간 비상 상황실도 운영 중이다. 한진은 25일부터 비상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유통업체들은 항공 연착이 지속되면 물량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제주산 수산물은 화요일(26일)부터 배송이 들어오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항공 연착이 계속되면 선박 등 다른 루트를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26일 항공기가 결항하면 제주산 수산물·과일 등을 수입산이나 국내 다른 산지 상품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강진규 /이수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