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던 피츠패트릭  대표 "중국, 경기둔화 분명하지만…강력한 부양책으로 경착륙 피할 것"
지난해 말 미국 월가 투자전략가들은 2016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꼽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보다 파괴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예고된 악재였지만 문제는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였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연초 글로벌 금융과 상품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최근에는 올해 중국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 때 미국이 겪은 것과 비슷한 수준의 충격을 받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인 UBS 산하 UBS자산운용의 주식·멀티애셋·헤지펀드 부문을 맡고 있는 던 피츠패트릭 대표는 최근 UBS 뉴욕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가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라며 “이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10% 줄면 성장률도 0.5%포인트 감소한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보다 나쁠 것이라는 점은 예상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연초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를 피했어야 합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잡겠다는 중국의 정책 방향은 맞지만 이행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 입증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계획경제체제이고,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강력한 재정과 통화정책 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경기가 둔화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부양책을 통해 중단기적으로 경착륙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월요인터뷰] 던 피츠패트릭  대표 "중국, 경기둔화 분명하지만…강력한 부양책으로 경착륙 피할 것"
▷중국의 경기 둔화가 다른 나라에 미치는 여파가 큽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모든 국가에 똑같은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중국의 수입 감소 영향을 미국보다 세 배 더 받습니다. 중국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은 위안화 절하라는 ‘근린 궁핍화 정책’에 더 취약합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입니다.

“중국이 현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면 한국은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한국은 제조업의 대중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달합니다. 미국과 유럽을 합친 8%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습니다. 대중 수출이 10% 줄면 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수출 외에 다른 부문은 어떻습니까.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 글로벌 전체로도 상품 수요가 줄어 한국이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데 영향을 받습니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위안화를 절하하면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 또한 떨어집니다. 이에 따른 기업들의 급격한 수익률 하락은 고용과 소비, 투자 감소라는 연쇄적인 영향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변수입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밝혔듯이 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율 상승이 변수입니다. 3월쯤이 2차 인상 시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신흥국은 중국의 경기 부진과 자금 유출이라는 두 가지 악재에 직면해 있습니다.

“신흥국은 2013년 5월 미 중앙은행(Fed)이 양적 완화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금리 정상화에 대비해왔습니다. 다만 신흥국 민간부문의 달러 표시 부채가 여전히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투자자들은 원자재 가격과 함께 미국의 장기 금리와 신용스프레드(미 국채와 다른 채권 간 금리 차)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일본과 유럽시장은 어떻게 봅니까.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전히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추가 양적 완화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본은 구조개혁 과제와 함께 중국 위안화 절하에 따른 취약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입니까.

“급격한 유동성 감소입니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들이 거래 규모를 급격히 줄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 변동성 확대가 되풀이되고, 자산 가치와 가격 간 불균형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땐 리스크가 분산된 투자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입니다.”

▷한국 금융회사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투자자산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전통적이고 정적인 투자 분위기에서 벗어나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자산 배분에 나서야 합니다. UBS가 수년간 얻은 교훈은 투자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이 확실히 돈이 된다는 것입니다.”

▷투자 철학이 궁금합니다.

“한국은 205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입니다. 개인들도 자신의 미래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자산관리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기관이나 개인을 불문하고 모든 투자는 각자의 상황에 대한 평가와 수익률 등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자산 운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있습니까.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와 같이 주 수입원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상당한 시간을 버틸 ‘금융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특히 개인은 안전하고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상품에 어느 정도 투자하는 게 필요합니다.”

▷개인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합니까.

“개인도 기관투자가와 마찬가지로 자산을 배분한 여러 개의 ‘바구니’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각각의 바구니는 서로 다른 투자 목표가 있어야 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 분석을 해야 합니다. 일부는 수년간 현금화가 필요 없도록 구성하기도 하고, 부동산이나 헤지펀드 등 대체자산으로 짜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투자자의 자산 상태와 투자 성향 및 목표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금융중심지 전략을 추진해왔습니다.

“한국의 금융허브 전략은 상반된 결과를 낳았습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 금융회사들의 역량과 시장 지배력은 커졌지만 해외 금융회사들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인이 끼어들기 어렵다는 평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떤 정책을 써야 합니까.

“서울은 아시아 네 번째 금융중심지로 성장했고 중국 상하이, 호주 시드니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노동 경직성과 함께 금융회사의 투명성과 효율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융허브 전략이 성공하려면 금융산업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호황과 거품 붕괴로 이어지는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을 육성하고 성공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던 피츠패트릭 대표는

월가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1人

[월요인터뷰] 던 피츠패트릭  대표 "중국, 경기둔화 분명하지만…강력한 부양책으로 경착륙 피할 것"
던 피츠패트릭의 공식 직함은 UBS자산운용의 주식·멀티애셋·헤지펀드인 오코너 대표다. UBS가 작년 말 조직을 개편하면서 신설한 자리다. 운용 자산이 6520억달러(약 782조원)에 달하는, UBS자산운용의 2인자 자리로 보면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피츠패트릭 대표는 1992년 UBS 계열 헤지펀드인 오코너에 트레이더로 입사해 주식과 옵션, 파생상품, 차익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경력을 쌓은 뒤 최고투자책임자(CIO)에 올랐다. 2013년 운용 자산 60억달러이던 오코너 대표가 됐고, 올초 자산운용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핵심 보직을 맡았다.

남성 중심의 월가에서 ‘유리천장’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뉴욕연방은행 투자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2013년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선정한 ‘금융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25인’, 작년엔 금융전문잡지 뱅커가 선정한 ‘금융분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25인’에 뽑히기도 했다.

△1970년 미국 뉴욕 출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이공계 학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 졸업 △1992년 UBS 계열 헤지펀드 오코너 입사 △2013년 오코너 대표 △2016년~ UBS자산운용 주식·멀티애셋·헤지펀드 오코너 대표 △뉴욕연방은행 자문위원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