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전몰자 위령 행보…필리핀 정부, 위안부 문제 소극적·군사 및 경제 협력 확대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가 이번 주 필리핀을 찾는다.

일왕의 필리핀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 견제를 위해 공동 전선을 펴는 일본과 필리핀의 관계가 한층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 부부는 26일부터 5일간의 이번 방문 기간에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을 면담하고 일본 해외청년봉사단, 일본인 교민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일왕 방문은 일본과 필리핀의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아키노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일왕 부부는 필리핀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세 리살 기념비와 2차 세계대전 당시 필리핀 전몰자 묘에 헌화도 할 계획이다.

이번 방문은 일왕 부부가 태평양전쟁 때 미군과 일본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서태평양 팔라우 공화국을 작년 4월 찾아 전몰자 비(碑)에 헌화한 데 이은 것으로, 전후 70주년 위령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당시 팔라우 공화국의 환영 만찬에서 "우리는 앞서 전쟁에서 숨진 모든 사람을 추모하고 그 유족이 걸어온 고난의 길을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단체인 '릴라 필리피나'는 2차 대전 당시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가 최소 1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위해 아키히토 일왕에게 위안부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 대통령궁은 일왕 방문이 치료와 화해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과거에 이미 배상이 끝난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추가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 필리핀 정부는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커지자 일본과 군사·외교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양국이 '밀월 관계'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나라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훈련기용 항공기인 TC90 중고품을 비롯해 방위 장비와 기술을 필리핀에 이전하기 위한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필리핀 마닐라 남북통근철도 건설에 2천420억 엔(약 2조 4천억 원) 규모의 엔화 차관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경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필리핀 정부는 작년 8월 일본이 2차 대전 당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제대로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환영하는 성명을 내놨다.

같은 해 9월에는 일본 자위대에 해외 무력사용 권한을 주는 집단자위권법이 일본 의회를 통보하자 지역 평화와 안보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