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정권 교체를 가져온 시민혁명 5주년을 앞두고, 당국이 시위 조직을 막으려고 거주지를 급습하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확인하는 등 반정부 인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AP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찰은 시위대가 거리를 점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예방 조치로 지난 열흘 동안 시민혁명 당시 시위의 중심지였던 카이로 시내 타흐리르 광장 인근의 5천 가구 이상을 탐문했다고 당국자들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한 고위 관계자는 수개월 동안 외국인을 포함한 국내외 젊은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감시와 정보 수집을 해 왔다며 일부는 시위 계획 혐의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시위를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움직임은 사회를 양극화시키고 정부에 반대하는 대중을 동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듬해 1월 알제리, 레바논, 요르단, 수단 등으로 이어졌고, 리비아와 시리아 등 다른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까지 민주화 열기가 확산하며 '아랍의 봄'으로 불렸다.

이집트에서는 1월 25일 시위가 시작돼 2월 11일, 30년 철권통치를 펼쳤던 호스니 무바라크가 축출됐다.

무바라크 정권 축출후 선거를 통해 당선된 무슬림형제단의 무하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2013년 군부 출신인 압델 파타 알시시의 쿠데타로 물러났다.

알시시 정권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거리 시위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후 정부에 반대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4천 명에 이른다.

무르시 전 대통령을 포함해 무슬림형제단 관계자와 지지자 수백 명이 사형을 선고 받았다.

알시시 정권은 지난달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47명을 체포하는가 하면, 활동가들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진 문화공간을 폐쇄했다.

또 페이스북이 저개발국가 사용자들을 위해 제공해 온 무료 접속 서비스인 프리베이식스도 차단했다.

프리베이식스는 아랍의 봄 당시 시위 조직에 사용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