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전, 평화적 대화해야…팔레스타인 국가수립 지지"
'중동 패권 추구' 해석에 "권력 공백 메울 의도 없어"

중동 핵심 3개국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등 중동의 민감한 외교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아랍권에 인도적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이 아시아를 넘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인 중동으로 외교 보폭을 넓히며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21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랍연맹 본부에서 연설을 통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지금 같은 전쟁으로는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으며 내전 중단과 정치적 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에 평화를 안착할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대화와 발전뿐이며, 물리적 실력 행사나 받은 만큼만 주는 '제로섬' 사고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의 중동 정책 등을 주제로 한 이날 연설에서 전쟁과 혼란의 상징이 돼버린 중동을 "풍요로운 땅"으로 묘사하면서 중동 국가들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베이징에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로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협력을 논의하면서 시 주석의 외교활동을 안에서 지원했다.

리 총리는 메르켈 총리에게 중국이 시리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인도적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해 정치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중국과 이집트 외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유엔이 중재하는 평화 회담에 조속히 합류하라고 시리아 정부와 반군에 촉구하는 문건에 서명했다.

카이로에서 시 주석은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드는 테러의 궁극적 해결책은 중동 지역의 산업화와 발전이라는 견해도 내놓았다.

그는 젊은이들이 존엄성 있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희망이 생겨난다면서 그래야만 이 지역의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폭력과 극단주의 사상, 테러리즘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권의 뿌리 깊은 문제인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에 기반을 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당한 이익을 지켜주는 것은 국제사회와 아랍연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뿐 아니라 '선물 보따리'도 풀어놓았다.

시 주석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삶 개선을 돕는 데 5천만 위안(약 91억원)을 약속했으며, 시리아·요르단·레바논·리비아·예멘에는 모두 2억3천만 위안(약 420억원)의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밝혔다.

지역 발전을 강조한 만큼 산업화를 위한 각종 차관 제공, 투자기금 조성, 교환 프로그램을 통한 인력양성 등 재정 지원도 약속했다.

앞서 시 주석은 최근 이란과 단교로 시선이 쏠린 사우디아라비아를 먼저 방문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으며, 예멘의 국가적 통합을 지지하면서 예멘 내 분열과 혼란에 반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동 핵심 3국에서 그의 이런 행보를 두고 중국이 중동의 새로운 중재자 역할을 맡아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시리아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우디와 이란 갈등으로 중동지역 혼란이 극심해진 와중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면서 '권력 공백'이 생긴 것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를 의식한 듯 적극적으로 중동을 중국의 세력권에 두거나 공백 상태를 이용해 패권을 차지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랍연맹 연설에서 "우리는 중동의 대리인을 찾는 대신에 평화 협상을 독려하며, 영향권을 찾는 대신 모두가 '일대일로 계획' 안으로 들어올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공백을 메우려 시도하는 대신 '윈윈'을 위한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