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12차 전당대회 개막…5년간 외교·경제정책 향방 결정

시장주의자 응우옌떤중 총리, 기업인·외국인 투자자에 인기
공산당 내 친미파 입지 좁아…현 서기장 연임 가능성도
제12차 베트남 공산당 전당대회 개막식이 열린 21일 수도 하노이의 국립컨벤션센터에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왼쪽)과 응우옌떤중 총리가 입장하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전당대회에서 앞으로 5년간 베트남을 이끌 새 지도부가 선출된다. 하노이AP연합뉴스

제12차 베트남 공산당 전당대회 개막식이 열린 21일 수도 하노이의 국립컨벤션센터에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왼쪽)과 응우옌떤중 총리가 입장하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전당대회에서 앞으로 5년간 베트남을 이끌 새 지도부가 선출된다. 하노이AP연합뉴스

이달 말 국가 지도부를 선출하는 베트남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중·보수파와 친미·개혁파가 맞붙은 가운데 어느 쪽이 득세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간 베트남의 외교 및 경제 정책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친(親)시장 정책을 지지하는 서열 3위 응우옌떤중 총리가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으로 선출되길 희망하지만 보수파인 응우옌푸쫑 서기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기 지도부 구성하는 베트남

베트남 공산당은 21일 수도 하노이에서 제12차 공산당 전당대회의 막을 올렸다. 오는 28일까지 8일간 열리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 450만명을 대표하는 대의원 1510명은 5년 임기의 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의회의장(서열 순) 등 정치국원 16명을 뽑는다. 서기장은 이번에 바로 선출되며 나머지는 내정만 한 뒤 5월22일 총선을 통해 구성되는 의회에서 인준 절차를 거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 공산당은 세대 교체를 위해 65세 이상 지도자들은 스스로 은퇴하는 관례가 있다”며 “이를 적용하면 정치국원 16명 중 절반가량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트남, 지도부 대거 교체…첫 친미 서기장 등장할까

초점은 친중·보수파 리더인 응우옌푸쫑 서기장과 친미·개혁파 리더인 응우옌떤중 총리의 거취에 맞춰지고 있다. 각각 72세와 67세인 두 사람은 은퇴 연령을 넘겼지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06년 베트남 최연소 총리에 오른 뒤 연임에 성공한 응우옌떤중 총리는 서열 1위인 서기장을 노리고 있다. 그는 베트남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주도했고, 현재 49%인 베트남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을 완화할 계획을 밝혀 기업인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 반(反)중국 감정이 높아진 일반 대중도 응우옌떤중 총리를 지지한다. 2014년 5월 중국이 베트남 앞바다에 시추장비를 설치했을 때 그는 해안경비대를 보내는 등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쫑 서기장 연임시 경제개혁 차질 우려

서기장 등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 응우옌떤중 총리의 입지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 응우옌푸쫑 서기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친중 관계를 형성해왔던 베트남 공산당 내에서 친미·개혁파의 입지가 넓지 않기 때문이다. 친중·보수파인 쯔엉떤상 국가주석 후임으로는 같은 파벌인 쩐다이꽝 공안부 장관이, 응우옌떤중 총리 후임으로는 같은 친미·개혁파인 응우옌쑤언푹 부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응우옌떤중 총리가 실권하면 베트남의 경제개혁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칼 세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유출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번 전당대회는 새로운 기회를 날려버리는 꼴이 될 것”이라며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기어를 올리지 못한 채 시동이 꺼져버릴 수 있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68%(정부 추정치)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지만 경제개혁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지분 한도 49%를 푼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유기업 민영화도 감감 무소식이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응우옌푸쫑 서기장은 국가 주도의 중국식 성장 모델을 선호한다”며 “국유기업 민영화 등 각종 경제개혁이 취소되거나 늦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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