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멀로, CEO 맡은 후 4년새 주가 3배 뛰어…의약품 유통업계의 '연금술사'
약 오남용 예방…판매방식 혁신
약 제대로 먹는 지 메시지로 통보…소비자 호평…3년만에 매출 40%↑

화끈한 금연 지원자
연간 20억달러 매출 감소 불구…"국민건강 우선"…담배판매 중단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 평판

공격적 M&A…기업가치 제고
제약서비스 업체 등 인수…사업 확장…노인 겨냥 의약품 사업도 지속 추진
연소득 3200만달러…직원 연봉의 1050배…하버드비즈니스 선정 100인의 CEO


미국 2위의 대형 의약품 유통업체 CVS헬스의 래리 멀로 최고경영자(CEO·60)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2014년부터 CVS헬스의 드러그스토어에서 담배 판매를 중단해 ‘화끈한 금연지원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작년에는 연봉이 직원보다 1054배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욕심쟁이 경영인’이라는 눈총도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타이틀은 ‘의약품 유통업계의 연금술사’다.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는 시스템 도입과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회사의 가치를 크게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멀로가 회사의 지휘봉을 처음 잡았던 2011년 1주당 30달러대였던 주가가 지금은 95달러까지 올랐다.

○4년간 주가 세 배로 올라

CVS헬스는 월그린와 함께 미국의 양대 의약품 유통업체로 꼽힌다. 1963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웰에서 건강 및 미용제품 판매업체로 출발해 지금은 편의점 성격의 드러그스토어 7900여개와 클리닉 10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CVS헬스 이용자들은 연간(중복 계산) 1억명으로 2014회계연도 매출은 1393억달러에 이른다.

멀로는 1990년 CVS헬스에 몸을 담았다. 당시 근무하고 있었던 피플스드러그가 CVS헬스에 인수되면서다.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인 멀로는 피츠버그대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1977년 피플스드러그에 약사로 입사한 이후 39년째 의약업계에서 한우물을 파고 있다. 멀로는 CVS헬스로 이직한 이후 한 번도 직장을 옮기지 않고 CVS헬스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4년 매장관리 선임부사장을 거쳐 2007년에는 수석부사장에 올랐다. CEO에는 2011년 3월 선임됐다.

회사의 지휘봉을 잡게 된 멀로는 의약품 판매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멀로는 의약품 오남용 피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복약 지도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소비자가 신청하면 CVS헬스는 제대로 약을 먹고 있는지, 어떤 약을 먹으면 안 되는지 등을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준다. 콜레스테롤 과다, 당뇨, 천식 등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약을 빼먹지 않도록 경고도 해준다. 의사 처방에 따라 약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정확하게 소비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마진을 줄이면서 약값 인하에도 공을 들였다.

멀로의 전략은 적중했다.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2011년 1070억달러였던 매출이 4년간 40% 가까이 증가했다. 질적 변화도 나타났다. 2011년에는 의약품 단순판매 매출이 의약 서비스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2014년에는 의약 서비스가 단순판매 매출보다 20% 이상 많아졌다.

○담배 판매 중단은 호감도 급상승

멀로는 CVS헬스 드러그스토어에서 담배를 팔지 않기로 결정해 사회적 호감도를 높였다. 멀로는 연간 20억달러의 매출

하가 우려되지만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2014년 9월 담배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의약품 판매업체다운 판단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CVS헬스가 담배 판매를 중단하자 특별 성명을 내고 “CVS헬스는 훌륭한 모범을 보였다”며 찬사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연두교서에서도 CVS헬스를 호평했다. 약국보조원 교육제도에 관해서다. CVS헬스는 실습을 통해 업계에서 통용되는 자격증을 발급해주고 심화학습 과정을 거치면 학위증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VS헬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멀로는 M&A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에도 할인점 타깃의 의약품 관련 사업부문과 제약서비스 대행업체(PBM) 옴니케어 등 두 개의 회사를 사들였다. CVS헬스는 타깃의 의약품 조제 및 클리닉사업부문 인수로 1660개의 약국을 추가로 확보했다. 인수금액은 19억달러였다. 옴니케어 규모는 더 크다. 인수가격이 127억달러(부채 23억달러 포함)에 달한다. 멀로는 “옴니케어 인수로 새로운 제약·조제 채널이 생기면서 CVS헬스 사업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며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멀로는 회사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공격적인 M&A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2014년 연봉은 392억원

멀로는 노인 시장에도 계속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매일 1만명씩 늘어나 ‘실버 쓰나미’가 몰려온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들을 충성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의료보험 확대 정책을 매출 증가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의료보험 혜택이 늘어나면 의약품 수요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화려한 경영실적에 멀로의 연봉은 크게 높아졌다. CVS헬스 입사 25년 만에 연봉 3235만달러(약 392억원·2014회계연도 기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세간의 시샘도 받아야 했다.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멀로의 연봉은 직원 연봉 중간값의 1054배에 달한다. S&P500 대기업 가운데 CEO와 직원 연봉 중간값의 격차가 1000배 이상인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욕심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멀로의 경영성과가 워낙 탁월하다 보니 연봉과 관련한 목소리는 크지 않다. 그의 활약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멀로는 지난해 미국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선정한 최고의 CEO 100인에서 91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금융전문지 인스티튜셔널인베스터는 미 최고경영진 유통부문에서 CVS헬스를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