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홍콩 달러 가치가 약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30여 년간 이어온 달러 페그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 달러 대비 홍콩 달러 가치는 이날 한때 1달러당 7.8226달러를 기록하며 2007년 8월 이후 8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홍콩 달러 가치는 지난 13일 달러당 7.76달러 수준이었지만, 5일 연속 약세를 보이며 이날 7.80달러 선으로 진입했다.

홍콩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중국 경기 둔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이 많이 상장된 홍콩 증시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으로 구성된 항셍중국기업지수(항셍 H지수)는 이날 7,930선으로 떨어지며 2009년 4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8,000선을 밑돌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홍콩 경제 둔화 등도 홍콩달러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와 주가 약세 여파로 자금 유출과 홍콩달러 약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스퍼 로 텅싱선물 이사는 "홍콩 달러가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페그제 밴드의 하한인 7.85홍콩달러까지 떨어지며 홍콩 통화 당국의 개입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홍콩은 1983년 달러 페그제를 도입한 이후 달러당 7.75∼7.85홍콩달러의 밴드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홍콩달러의 약세가 심화하면 달러 페그제 범위가 깨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프랜시스 룬 GEO증권 최고경영자는 AFP통신에 "시장 참가자들이 홍콩 달러 페그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며 "전 세계의 투기 자금이 상당히 많지만, 홍콩 정부가 32년 역사의 페그를 방어할 충분한 화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센금융그룹의 잭슨 웡 금융 분석가는 "홍콩달러 가치가 아직 달러당 7.85홍콩달러 선까지 하락하지 않았으며 그 수준까지 하락하더라도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환율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페그제에 큰 압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