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출신 난민 어린이들, 처음 겪는 유럽 혹한에 고통

세계적 이상한파 속에 유럽에도 강추위와 폭설이 몰아닥치면서 이 지역을 거쳐 이동 중인 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며칠간 세르비아와 마케도니아 등 동유럽 지역에 큰 눈이 내리고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이곳을 지나가는 시리아 난민들이 극심한 폐렴과 저체온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난민들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한파 속에 노숙을 해가며 육로로 이동 중인데다 체력이 약한 어린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이 단체는 경고했다.

마케도니아·코소보와 가까운 세르비아 남부 국경 도시 프레셰보에는 최근 내린 눈이 15㎝ 높이로 쌓인 가운데 추위로 입술이 파랗게 질리고 감기에 걸린 어린이 등 난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세이브칠드런 관계자는 "이곳 난민센터에 도착한 어린이들은 감기뿐만 아니라 고열과 호흡기 문제 등 저체온증 전조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부모들은 아이들을 더 따뜻하게 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출신 난민들은 매일 수천 명씩 프레셰보를 지나간다.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의 주요 경유지인 그리스 레스보스섬에도 내리는 눈발 속에 외투도 걸치지 못한 난민들이 바닷물에 흠뻑 젖은 채 추위에 떨며 고무보트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칼레에서는 기존 난민촌 천막을 철거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난방장치와 창문, 2층 침대 등을 갖춘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시설에 수용 가능한 인원은 1천500명으로 난민촌에 천막을 치고 지내던 난민 5천명 가운데 일부만 들어갈 수 있다.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루마니아, 체코, 불가리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17일을 전후로 영하 15∼20도의 강추위에 폭설까지 겹쳤다.

이에 따라 주요 도로가 통제되고 열차 운행과 항공편 운항 취소가 잇따르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