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 성장' 무너진 중국] 베이징에 경제·금융 컨트롤타워 안보인다
중국에서 10년 이상 생활한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최근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한 가지 있다.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것이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의 증시 폭락과 이달 초 위안화 가치 급락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한 이후 30년간 연평균 10% 전후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수차례 위기를 경험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1990년대 후반에는 국유기업 부실로 중국 경제는 좌초 위기에 처했다. 그때마다 중국 정부는 신속하고 강력한 정책 대응으로 위기를 돌파해 미국 월가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거 정부와 달리 경제·금융 분야의 권위자가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중 경제·금융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은 왕치산(王岐山) 상무위원이다. 하지만 그는 시진핑 정부 들어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로 발탁되면서 현재 반(反)부패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사령탑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하지만 장쩌민 정부 시절인 1990년대 말 중국 경제의 ‘해결사’ 역할을 했던 주룽지 전 총리에 비하면 리 총리가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지난해 7, 8월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친 상하이증시 폭락과 최근의 위안화 가치 급락 역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리서치 회사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로버 대표는 “이전 정부는 각종 잘못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줬지만 시진핑 정부는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정부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