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석유가 은행에 대한 제재 지속으로 국제 원유 시장에 완전히 복귀하는 데는 9개월 가량이 걸릴 수 있다고 이란 관계자가 말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국영 석유회사(NIOC)의 로크네딘 자바디 이사는 이란 석유부 자체 매체인 샤나 통신에 이란이 첫 새 원유 수출 합의를 이루는 데 9개월 가량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바디는 하루 100만 배럴 가량 원유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을 하고 있지만, 은행에 대한 제재가 지속돼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4대 석유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의 석유 생산은 2012년 서방의 제재로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줄었다.

자바디는 "현재 국내 은행들이 직면한 문제를 연구하는 중"이라며 "일단 문제가 해결되면 원유 생산 및 해외 판매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이날 이란 당국자들은 원유 생산을 하루 50만 배럴 가량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생산된 원유 일부는 기존 계약으로 거래해온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즉각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제재 3년 동안 판매할 수 없었던 유럽으로의 판매 가능 규모는 정확지 않다.

유가는 이란의 제재 해제에 따른 원유 공급 증가 우려로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원유 전문가들은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으로 얼마나 빨리 들어오느냐에 따라 유가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지난 16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란에 부과했던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중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 금지됐던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이란 석유를 직접 수입할 수 있어 사실상 석유 수입이 계속 금지되며 무기 금수 제재, 이란 혁명수비대와 밀접한 개인과 회사에 부과된 제재 등도 유지된다.

글로벌 은행들은 이란 기업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란 혁명대와의 거래가 여전히 금지된다는 점에서 거래에 나서기 쉽지 않다.

과거 BNP파리바 등 일부 글로벌 은행들은 미국의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낸 바 있다.

유럽 주요 원유업체들은 달러 거래가 금지되는 점도 여전히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기업들과 거래가 많지 않은 중국 은행이나 독일 금융기관을 통해 원유 거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네퓨 전 미 국무부 협상가는 "이란인들은 서방 기업들과 금융 거래를 다시 잇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저유가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축소도 문제다.

이란 제재를 담당했던 피터 하렐 전 미 국무부 관리는 "대다수 원유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자본 지출을 줄이려고 한다"라며 "내년이나 후년까지 자본지출이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원유 기업들은 사실상 이란과의 거래가 쉽지 않다.

미국인들은 이란과의 거래가 금지되며 미국산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되기 때문이다.

대신 해외 계열사를 설립해 거래하는 방법은 허용된다.

(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