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가톨릭 성지에선 유대 극단주의자 "이교도들 지옥가라" 낙서테러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간) 교황에 즉위한 이후 처음으로 이탈리아 로마의 유대교 회당을 찾아 유대교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대교 회당에 들어가기 전 회당 밖의 유대인 희생자들의 명판에 화환을 놓았다.

명판은 1943년 독일 나치가 투옥한 로마 유대인들과 1982년 팔레스타인인들의 공격으로 살해당한 두 살배기 아이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교황은 화환을 놓은 뒤 희생된 아이의 가족들과 홀로코스트 유대인 대학살의 생존자들을 만났다.

회당 안에서는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옷을 두른 생존자 등이 교황을 힘찬 박수로 맞았다.

스카프 형태의 줄무늬 옷은 나치 감옥에 수용된 희생자들이 입었던 복장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문에 앞서 전임자들인 요한 바오로 2세(1986년)와 베네딕토 16세(2010년)도 회당을 찾은 바가 있다.

이번 방문은 '비(非) 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Nostra Aetate)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채택된 지 50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타종교에 대한 문호개방과 소통을 위한 이 선언은 예수 그리스도의 처형에 유대인이 집단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기존 개념을 거부했다.

또 최근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 및 종파 초월을 강조하는 교황의 이번 방문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베드로 성당에서 난민 출신의 가톨릭교도들을 위한 특별 미사를 했다.

바티칸 공의회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희년(禧年.Jubilee)을 맞아 이뤄진 미사에서 교황은 난민들에게 "여기에 있다는 존재 자체가 신의 희망이라는 증표"라며 희망과 삶의 기쁨을 누릴 것을 강조했다.

교황은 또 최근 발생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발생한 테러를 언급하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교황의 종교간 화합 메시지가 무색하게도 예루살렘의 유명 가톨릭 성지에서는 극우 유대인의 소행으로 보이는 '낙서 테러'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예루살렘 동쪽 올드시티 외곽의 시온 산에 있는 마리아 영면 교회 담벼락에 "이교도를 죽여라", "기독교도는 지옥에나 떨어져라" 등의 문장이 히브리어로 적혀 있는 것이 발견됐다.

수도원 관계자는 이 낙서에 "매우 과격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순찰 중 이 낙서를 발견하고 이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예수의 마지막 만찬 장소 인근에 있는 이 성당은 예수의 모친 성모 마리아가 영면한 곳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순례객과 관광객이 찾는 장소로, 최근 몇 년 동안 수차례 공격을 받아왔다.

유대인 정착촌에 사는 극우 유대인들은 모스크나 교회, 팔레스타인인과 기독교인은 물론 온건파 이스라엘 집단과 이스라엘 군 시설까지 대가를 의미하는 '가격표'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 7월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가족이 사는 집에 불이 나 18개월 된 아기와 부모가 불에 타 숨진 바 있다.

당시에도 '가격표'라는 표지가 발견돼 극우 유대인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마·예루살렘 AP·AFP=연합뉴스)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