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에서 8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한 독립성향 민진당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자를 향한 중국 관영 매체들의 경고가 쏟아졌다.

중국의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7일자 사설에서 "차이 당선인이 민진당을 대만 독립의 환상에서 끌고 나와 대만과 본토 사이의 평화적인 공동의 발전에 공헌하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이 매체는 "차이 당선인은 양안 관계의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어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의 위험한 경로를 따르려 한다면 막다른 길을 만날 것임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 전 총통이 재임한 2000∼2008년 대만은 급진적인 독립 노선을 추구해 중국과 갈등을 빚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차이 당선인은 선거 승리를 위해 양안 정책에 대해 신중한 발언과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현상유지'를 강조했다"며 "4년 전 패배의 교훈을 얻어 민감한 양안 문제를 회피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총통 선거는 양안 관계의 척도가 아니다"며 "민진당의 승리가 대만 독립에 대한 대만인 다수의 지지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차이 당선인과 민진당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이 당선인이 승리연설에서 대만과 본토 사이의 현안에 대해 얼버무리면서 '일관되고 예측·지속 가능한 양안관계를 만들겠다'고 세심하게 말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차이 당선인은 '92공식'을 공개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으므로 집권 이후 양안의 공식적 의사소통에 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며 "어떤 정치 철학을 품고 있건 차이 당선인은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고도 했다.

92공식(九二共識)은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뜻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의 관영 매체는 천수이볜 전 총통에게 하던 것보다 눈에 띄게 덜 날카로운 언어를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립을 향한 여하한의 움직임은 대만을 죽게 할 독과 같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신화통신을 인용하며 경고에 나선 것은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