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우리나라 대통령 격)이 탄생했다.

16일 대만에서 실시한 총통 선거에서 제1야당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59) 주석이 60% 가까운 득표율로 30여%에 머문 집권 국민당 후보 주리룬(朱立倫·54) 주석를 거의 더블 스코어의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당선했다.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민진당은 입법원 정원 113명 가운데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차이 잉원 당선인은 이날 당선이 확정되자 오후 8시30분 민진당 선거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로 대만에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뿌리깊게 배어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차이 당선인은 “대만 국민이 정부가 주권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열망을 표시했다”며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차이 후보는 대중관계에 대해선 “평화와 안정의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재차 확인하면서 양안이 상호 받아들일 수 있는 소통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차이 후보는 "중국의 압력과 도발은 양안관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해 대중관계가 순탄치만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주리룬 후보는 오후 7시 타이베이 국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배를 선언하고 차이잉원 후보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는 국민당 지지자들에게 사죄한 다음 선거에 책임을 지고 당주석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차이잉원이 총통에 당선함에 따라 대만 독립 지향의 민진당의 정체성을 의심해온 중국의 경계심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유세 기간 차이잉원은 중국을 도발하지 않겠다고 언명하지만, 앞으로 계속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진 않을 땐 중국은 먼저 대만에 경제적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차이잉원이 대만독립 성향을 고수하면 중국이 대만의 외교적 고립화와 군사적 위협도 불사하게 되면서 양안관계가 급속도로 경색, 천수이볜 정권 시절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차이 당선인이 오는 5월20일 총통으로 취임함에 따라 4개월 이상 정치 공백을 막기 위해 마오즈궈(毛治國) 행정원장은 내각 총사퇴서를 마잉주(馬英九) 총통에 제출했다.

마오 행정원장은 민진당이 입법원의 다수당을 차지하였기에 관례에 의거해 사퇴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마 총통은 차이 후보, 민진당 측과 협의해 차기 내각을 구성할 계획이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