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출시장 저조하자 해외 거액대출

일본 기업들이 공전의 M&A(인수·합병)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면에는 거액의 자금을 공급하는 일본 대형 시중은행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형 은행들이 국내의 대출 수요가 부진하자,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않고 해외사업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일본 대형은행들이 외국기업들의 M&A에도 참가하면서 일본계 자금에 대해 세계가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2년 전 주류업체 산토리가 '짐 빔'(Jim Beam)으로 유명한 미국 빔사를 1조 4천억엔(약 14조원)에 인수할 때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다른 은행과 협조를 통해 인수자금을 융자해 줬다고 전했다.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작년 9월 미쓰이스미토모해상보험은 영국 손해보험사 암린 매수에 합의했다.

약 35억 파운드(약 6천350억엔)라는 거액매수 건을 뒷받침한 것은 친밀한 관계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이었다.

연결융자를 즉시 조달해주는 두 은행의 신뢰감이 매수를 성공시킨 비결의 하나였다.

미즈호금융그룹도 1980년대와 다르게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M&A 자문역이나 회사채 인수 등 자본정책의 도움, 그리고 대출 등의 업무를 확장하기 위해 최고경영자 스스로 해외에 출장가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이런 노력 결과, 외국기업의 초대형 거래에 참여하는 예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예를 들면 작년 11월 세계 최대 맥주업체인 벨기에 안호이저 부시 임베브가 영국 SAB 밀러를 매수할 때 협조융자단 명단에 미즈호의 이름이 있었다.

차입금액이 750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융자였다.

미즈호는 영국 RBS로부터 채권과 대출 부문 등 100명의 투자은행 인력을 고용, 영업망도 확충하고 있다.

거품경제기를 생각하게 하는 '저금리 작전'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통상적으로 실제금리는 비밀중의 비밀이지만, 2013년 소프트뱅크가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스프린트를 인수한 뒤 연리 1.4%의 저금리 자금을 활용했다고 자백한 것은 유명하다.

해외에서는 1%대 융자는 비상식적으로 비쳐지지만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로 이 나라 은행들의 조달 금리는 크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일본계 은행들은 해외에서 이윤을 획득하기 쉽다고 판단한다.

미즈호의 경우 해외 대출의 이율이 작년 9월 중간결산 때 0.93%로, 일본내 대기업의 0.54%에 비해 1.7배나 됐다.

그러나 이런 이윤획득 전략에는 생각하지 못한 '함정'도 있다고 신문은 경고했다.

일본은행은 "거래액이 인수 상대의 기간수익의 20배를 넘는 거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부에서는 과열기운이 지적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인수한 기업의 시가평가와 인수가격 차이가 커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는 사례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됐다.

한국 대형 은행의 한 간부는 "일본의 메가뱅크는 단순한 엔 판매자이다.

(재무구조 등)외국 기업을 제대로 분석하는 식별력이 어느 정도나 있는가"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