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탈옥 6개월 만에 검거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8)이 입은 셔츠가 때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구스만은 붙잡히기 전인 지난해 10월 미국 영화배우 숀 펜과 인터뷰를 했고 이때 펜과 악수하며 찍은 사진이 체포된 다음 날인 지난 9일 대중문화지 롤링스톤 온라인판에 실렸다.

사진 속 구스만은 회색 바탕에 푸른 세로 줄무늬와 거미줄 문양이 들어간 독특한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펜과 인터뷰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 속에서는 페이즐리 문양의 다른 셔츠를 걸쳤다.

두 셔츠는 유대계 이란인 형제 2명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매장을 두고 운영하는 '바라바스'라는 브랜드의 제품과 일치했다.

악수할 때 입은 것은 '판타지', 동영상 속에서 입은 것은 '크레이지 페이즐리'라는 이름의 셔츠와 같았다.

독특한 디자인을 바로 알아본 바라바스 측은 곧장 홈페이지에 구스만과 펜의 악수 사진을 올리고 '지명수배 셔츠'라는 설명을 달았다.

페이스북에도 "구스만이 바라바스 셔츠를 입고 있다!"고 써서 홍보에 나섰다.

바라바스 사장 숀 에스테그발은 "구스만이 국제적 범죄자라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며 "그는 베르사체 등 그 어떤 상표 물건이라도 살 수 있는 사람인데 우리 브랜드, 우리 디자인을 고른 것에 매우 흥분했다"고 즐거워했다.

구스만은 2009년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억만장자 목록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부호다.

에스테그발은 "판매량이 치솟고 있다"고 기뻐하면서도 "우리는 그저 옷을 만들 뿐"이라며 바라바스가 살인, 밀수, 뇌물 등 구스만의 범죄와 연관되는 것을 경계했다.

구스만이 입었던 두 셔츠엔 개당 128달러(약 15만5천200 원)의 가격이 매겨져 있다.

두 셔츠는 현재 주문은 할 수 있으나 재고가 없어 일러도 이달 31일에나 받아볼 수 있다.

AFP통신은 "얼룩지고 더러운 셔츠를 입은 채 다시 체포될 때만 해도 구스만을 패션 아이콘으로 부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며 "바라바스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마약왕의 모습에서 돈을 챙기고 있다"고 촌평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